‘홍명보의 함박웃음’ 시즌2… 런던 드라마 쓰고 시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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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지난해 3월 27일 중국과의 평가전을 앞둔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43)은 자신이 2009년 이집트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때부터 키워온 속칭 ‘홍명보의 아이들’을 제대로 소집하지 못했다. 이틀 앞서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준비하던 조광래 전 성인대표팀 감독이 다 소집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K리그와 대학에서 새로운 진주를 찾았고 조 전 감독의 계속된 선수 차출에도 2차 예선을 통과해 최종예선까지 올라와 A조 1위를 유지했다.

한국이 23일 끝난 오만과의 2012년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남태희(레퀴야)와 김현성(FC 서울), 백성동(주빌로 이와타)의 연속골로 3-0 완승을 거두고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한 데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홍 감독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홍 감독으로선 성인대표팀과의 선수 차출 논란은 큰 암초였다. 과거 연령별 대표팀들이 서로 협조하던 것과 달리 ‘대표팀 우선’이라는 이유로 2009년부터 런던을 목표로 키워오던 선수를 다 뺏기면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더 냉정함을 유지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인 홍 감독은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딕 아드보카트 감독, 이후 핌 베어벡 감독 밑에서 배운 노하우와 리더십이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선수들에 대한 분석을 강화했고 그러면서도 새로 뽑힌 선수들에게 “너희는 결코 2진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실력보다는 성실함과 노력, 헌신을 하는 선수들을 주축으로 선발해 팀워크가 강점인 팀으로 만들었다.

정신력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카타르와의 첫 방문경기 때 선수들에게 “난 너희들을 위해 항상 뒤에 칼을 꽂고 다닌다. 너희들도 팀을 위해 등에 칼을 하나씩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다한 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가 책임을 질 테니 선수들도 잘하라는 의미였다. 초반 중동 2연전에서 비겼지만 이번에 오만을 꺾은 원동력이다.

지난해 말 최강희 감독이 성인대표팀을 맡으며 차출 고민도 해결됐다. 최 감독이 “올림픽 연령대 선수들을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했고 홍 감독은 최고의 선수들로 멤버를 짜 완승을 거뒀다.

홍 감독은 경기 뒤에 헹가래를 받고 “이런 선수들을 이끄는 감독이라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내 축구 역사에서 가장 기쁜 헹가래”라며 활짝 웃었다. 2002년 스페인과의 한일 월드컵 8강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마지막 킥을 넣고 어린애처럼 환호하던 홍 감독의 ‘그 얼굴’을 10년 만에 볼 수 있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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