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과 오만 대표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포털 사이트 네이버 문자중계 댓글난에 집중적으로 올라온 글들이다.
이 댓글난은 원래 경기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그 어느 축구팬보다 치열하게 댓글을 올린 이들은 다름 아닌 불법 베팅 사이트 업자들이다. 이들은 거의 몇 분 간격으로 홍보문구를 올려 댔다. 이곳의 댓글은 나중의 것일수록 화면 앞쪽에 위치한다. 불법 베팅 사이트 업체들은 다른 팬들의 댓글에 밀려 자신들의 홍보 댓글이 사라지지 않고 화면 앞쪽에 노출되도록 계속해서 새로 댓글을 올리고 있었다.
올림픽 본선 진출 확정 여부가 달려 있던 이 경기엔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경기 시작 몇 분 만에 수백 개의 응원 댓글이 붙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그렇게 많은 축구팬들이 지켜보는 공개된 장소에서 불법 베팅 사이트 업체들은 너무도 당당하게, 너무도 치열하게 사이트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정부가 불법 베팅 사이트를 근절하겠다고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일어난 현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이 합동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그들은 코웃음을 칠 뿐이다. 그들에게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기에 이 정도일까. 불법 베팅 사이트 업체들의 용기(?)에 놀랐고 그 뻔뻔함 혹은 당당함에 놀랐다. 정부의 엄포(?)는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사실 불법 베팅 사이트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원칙만 밝혔을 뿐이다. 현재 불법 베팅 사이트를 신고해서 차단하는 데까지 길게는 6주 이상 걸린다. 그사이에 불법 베팅 사이트는 ‘치고 빠지기’로 단속 당국을 조롱하고 있다. 문화부와 방통위는 단속 절차를 줄이기 위해 ‘선 조치 후 심의’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법리 해석을 놓고 세월만 보내고 있다. 기껏 민간 포털 업체들이 불법 사이트를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권유하자는 입장만 내놓을 뿐이다. 말만 앞세운 공허한 대책이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도 불법 베팅 사이트 업체들이 이리도 당당하게 활개 칠 수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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