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쿠웨이트와 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을 두고 ‘벼랑 끝 승부’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이 패하면 최종예선에도 못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 이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대표팀 감독은 평생 한국축구 역사에 죄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K리그 우승의 업적도 팬들을 열광시켰던 닥공 축구의 영광도 모두 한 줌 먼지가 돼 사라진다. 벼랑끝 승부에 나서는 사령탑의 심정은 어떨까.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이 타지 않을까. 그러나 대표팀 최강희 감독(53)은 승부사다웠다. 그는 “(대표팀 감독 수락을) 결정할 때까지는 고민했지만 선택한 뒤에는 후회 안 한다”고 했었다. “쿠웨이트에 질 거면 대표팀 감독 하지도 않았다”고도 했었다. 최 감독은 결전의 승부 전날인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당당했다.
○여유 넘쳐
최강희 감독은 달변이다. 톡톡 튀는 발언과 촌철살인 코멘트를 즐겨 쓴다. 이날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초반에 승부를 결정지을 것 같은 선수로 누구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걸 알면 점쟁이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예상 스코어를 묻자 “이거 아무래도 멍석을 깔아야 될 것 같다”며 싱긋 웃었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인데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부담감 초월
최 감독은 “이미 초월했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주변에서 벼랑 끝 승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큰 경기 경험이 많다. 큰 경기 치르다보면 오히려 준비할 때 무덤덤하다. 주위 환경이나 주위 분들 때문에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저는 이미 초월했고 선수들도 자신감이 있다. 이미 동료들의 능력도 서로 다 확인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방심은 않는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의외성에 대해 자주 말한다. 축구는 발로 하는 경기 특성상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좋은 경기 할 수 있다.”
○정상적인 경기
최 감독은 정상적인 경기를 강조했다. 한국은 비겨도 최종예선에 올라간다. 그러나 비겨도 되는 경기가 가장 어렵다는 걸 최 감독은 잘 알고 있다. “축구에서 무승부를 해도 된다? 비겨도 올라간다? 그런 경기가 어렵다. 물론 결과도 좋고 내용도 좋아야겠지만 일단 내일은 결과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안 지는 경기 하려고 하면 내용이나 결과까지 안 좋아질 수 있다. 정상적인 경기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