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체육부대 상무 농구단 이훈재 감독(45)은 프로농구 동양에서 뛰던 1998∼1999시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이 감독이 주전 포워드로 뛰던 동양은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32연패의 수모를 안았다. 그랬던 이 감독이 지도자로는 180도 달라진 상황을 맞았다. 이 감독이 이끄는 상무는 지난달 29일 끝난 프로농구 2군 리그에서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상무는 2군 리그, 농구대잔치, 전국체육대회 등에서 82연승을 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상무는 2009년 대전 전국체육대회 결승에서 연세대에 무너진 뒤 패배를 몰랐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내세울 만한 기록은 아니다”라고 겸손해했다. 상무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에서 주전으로 뛰던 강한 개성을 지녔으며 호흡을 맞출 만하면 제대를 하는 구조적인 핸디캡이 있기에 이 감독의 지도력은 높게 평가받는다.
양정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이 감독은 아마추어 기아에서 주로 수비 전문 식스맨 신세였다. 허재, 강동희, 김유택, 한기범 등 화려한 스타들의 그늘에 가릴 때가 많았다. 2001년 은퇴 후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코치로 일하다 2004년 상무 감독에 부임했다. 덕장으로 유명한 이 감독은 “군인답게 희생정신을 강조한다. 프로 출신인데도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모를 때가 많아 선수 눈높이에 맞춘 훈련과 작전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사령탑 시절 이 감독을 코치로 데리고 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착실하고 꼼꼼하다. 농구 관련 자료를 틈나는 대로 모아두고 활용하는 공부하는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상무가 성적 부진으로 정신교육 차원에서 전방부대에 입소했던 일은 이제 옛날 일이 됐다. 전성기를 맞은 상무는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3 대 1이 넘는다. 5일 상무 입대 테스트에는 동부 윤호영, 안재욱과 인삼공사 박찬희 등 24명이 나선다.
이 감독은 “지난달 제대한 함지훈, 이광재 등을 비롯해 상무 출신들이 소속팀으로 돌아가 잘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 군에서 보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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