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남자’ KCC 추승균(38)이 15일 서울 서초동 KCC 사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5시즌 동안의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미리 준비한 좌석이 부족해 많은 취재진이 서서 기자회견을 지켜봐야 했다. 한 취재진은 “추승균이 인복이 있다”고 했지만 15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묵묵히 뛰어온 그의 성실했던 현역 생활에 대한 평가인 셈이다.
추승균 스스로도 자신의 현역 생활을 “93점은 줘야 하지 않겠나”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선수 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이뤄냈다. 7점은 못 이룬 한 가지를 위해 비워둔다”고 설명했다. 그가 비워둔 ‘7점’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였다.
정규리그 MVP를 위해 비워둔 7점을 빼고 나머지 93점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추승균은 많은 것을 이뤄냈다. 15시즌 동안 뛰면서 챔피언 결정전에서 5회 우승해 현직과 은퇴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챔피언 반지를 끼었다. 게다가 올 시즌 막판에 분전하면서 개인 통산 1만점을 역대 2번째로 넘겼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08∼2009시즌 주장을 맡아 후배들과 함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챔피언 결정전을,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으로 개인 통산 1만19점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승균은 7∼11일 벌어진 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하승진과 함께 팀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 여전히 이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데, 은퇴는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 선수 생활을 연장하고 싶은 욕심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몇 개월 정도 생각해온 일이다. 정상에 있을 때 떠나자고 결심했다. 올해 6강에서 탈락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전년도(2010∼2011시즌)에 우승을 했으니 기분은 괜찮다”고 답했다.
그가 떠나면서도 걱정한 것은 팀이었다. 그는 “군입대와 은퇴 등으로 KCC의 전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잘해주지 않겠나. 그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잘할 거라 생각한다.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후배들을 향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기자회견장에 배석한 허재 KCC 감독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리는 선수다. 정말 떠나보내기 아쉽지만, 좋은 선수가 있는 것이 감독의 복이듯이 좋은 선수가 정상에 있을 때 은퇴시켜주는 것도 감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제2의 인생을 멋지게 펼치길 바란다”며 추승균의 앞날을 축복했다.
추승균은 은퇴 뒤 진로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다. 구단과 좋은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상민이 형이 연락을 해왔다. 고생이 많았다며, 푹 쉬고 좋은 쪽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양손 엄지를 세우는 멋진 포즈로 15시즌 동안의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