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 문경은 감독 “대행 꼬리표 뗐으니, 무조건 성적 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4일 03시 00분


문경은 SK 감독이 21일 경기 용인시 자택 근처 카페에서 미소를 지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용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문경은 SK 감독이 21일 경기 용인시 자택 근처 카페에서 미소를 지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용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아이고, 속상하죠. 부럽기도 하고요.”

“다른 동문 감독들은 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는데 혼자만 못 갔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문경은 SK 감독은 아픈 데를 왜 또 찌르느냐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는 2011∼2012 시즌 개막을 앞두고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웃통 벗고 춤 한 번 추겠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SK는 정규시즌에서 19승 35패로 10개 팀 중 9위를 했다. 문 감독과 연세대 동문인 유도훈(전자랜드·6위) 유재학(모비스·5위) 이상범 감독(인삼공사·2위)은 모두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SK 지휘봉을 잡아 프로 사령탑에 데뷔한 그에게 “한 시즌을 끝내놓고 보니 몇 점쯤 되는 감독인 것 같으냐”며 자기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처음에 “49점”이라고 했다. “49점이면 낙제인데…”라고 하자 그는 “그럼 51점 정도 되려나. 그래도 낙제인 건 마찬가지네요”라고 했다.

문 감독은 한 시즌을 돌아보면서 “한꺼번에 많은 걸 다 잘하려고 욕심을 부렸던 게 잘못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3일 KCC와의 사령탑 데뷔 경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며 “그때는 몸짓 하나, 말투 하나까지 신경을 썼다”고 했다. 작전타임은 언제 부르고 어떤 제스처를 쓰며 어떻게 말할 건지까지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지시할 게 너무 많아 7번 쓸 수 있는 작전타임이 20개쯤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SK는 역대 공식 개막 경기 최다 점수 차인 26점 차 완패를 당하면서 문 감독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날 경기 끝나고 다음 날 오전 1시쯤 숙소에 도착했는데 4시까지 소파에 멍하니 앉아서 담배만 피워댔죠.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

스스로는 낙제 점수를 매겼지만 SK 구단은 8일 ‘대행’이란 꼬리표를 떼고 그를 3년 임기의 감독으로 선임했다.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모래알 같다던 팀 체질을 개선해 팀워크를 다졌고 김선형 변기훈 같은 젊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발굴한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계약기간은 3년이지만 1년만 보장받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난 시즌에는 초짜이고 대행이어서 그럴 수 있다고 좋게 얘기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이유를 댈 수도 없다. 다음 시즌에는 무조건 성적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감독은 2012∼2013시즌을 위해 뽑을 외국인 선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러 25일 미국에 간다. 그는 “빠르고, 일대일 능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뽑고 싶다”고 했다.

용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프로농구#문경은#SK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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