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전에서 맞붙은 두 후배 지도자 동부 강동희,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과는 각별한 사이다. 내가 동부 감독으로 있을 때 강 감독이 코치를 맡아 4년 동안 호흡을 맞췄다. 호형호제하는 이 감독은 오랜 고생 끝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는데 평소 자주 조언을 구하는 노력형이다.
이들의 대결을 현장에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동부의 승인은 역시 정돈된 수비였다. 1쿼터에서 7점 차로 앞선 동부는 2쿼터에서 서둘러 승부를 결정지으려다 오히려 추격당했다. 하지만 4쿼터에서 다시 장기인 수비를 가다듬어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동부 김주성과 인삼공사 크리스 다니엘스는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자 흥분했다. 이들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양 팀에 모두 피해를 줬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 동부에는 김주성의 부진을 메워준 로드 벤슨이 있었지만 인삼공사에는 다니엘스의 대체 카드가 없었다.
동부는 점수 차를 벌려 달아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번번이 실책을 범해 살리지 못했다. 인삼공사는 절정의 컨디션을 보인 가드 김태술을 자꾸 교체하면서 분위기를 내줬다. 인삼공사는 오세근에게 공격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지 못한 것도 아쉽다. 그래도 인삼공사가 리바운드에서 20-42의 절대 열세였는데도 5점밖에 뒤지지 않은 대목은 고무적이다.
강 감독의 경기 운영에서는 시리즈를 빨리 끝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 감독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도 체력 안배를 해주는 등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2차전의 관전 포인트는 인삼공사는 체력, 동부는 김주성의 안정 여부다. 2차전은 휴식일 없이 29일 바로 열리기 때문에 양 팀 모두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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