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동부 감독은 결전을 앞두고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인삼공사와의 챔피언결정 1차전이 열린 28일 오전 4시에야 눈을 감았다. 최근 공포영화 감상이 유일한 낙이 된 그는 킬러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인 ‘레드 드래건’을 TV로 봤다. 오싹한 전율 속에서 스트레스를 잠시 잊었던 강 감독. 하지만 몇 시간 후 경기 장소인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연방 등골이 서늘해지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당초 붉은 유니폼을 입은 인삼공사와 경기 내내 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처음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온 데 따른 부담에 허둥댈 것으로 보였으나 오히려 노련할 거라던 동부 선수들이 지나치게 서두르면서 실수를 쏟아낸 게 화근이었다. 그래도 정규시즌에 기록을 양산하며 1위를 차지한 동부의 뒷심은 살아 있었다. 경기 막판 집중력을 보인 동부가 80-75로 이겨 첫 승을 신고했다. 7전 4선승제의 이번 시리즈의 2차전은 29일 원주에서 계속된다.
동부는 4쿼터 초반 로드 벤슨이 6점을 내리 넣으며 71-62까지 달아났다. 승리를 굳히는 듯했던 동부는 4분 22초 동안 무득점에 그치며 김주성(9득점)마저 5반칙으로 물러나 5점 차까지 쫓겼다. 이 위기에서 김주성의 대타인 김봉수가 빈자리를 메우며 소중한 자유투 득점까지 올린 뒤 인삼공사의 파울 작전을 차곡차곡 점수로 보탰다. 종료 버저가 울리자 강 감독은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4쿼터에만 팀 득점 15점의 절반도 넘는 8점을 집중시킨 벤슨은 26득점, 18리바운드를 올리며 골밑을 장악했다. 강 감독은 자유투 10개를 얻어 모두 적중시킨 벤슨에 대해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강 감독이 기대했던 예비역 병장 슈터 이광재는 17점을 터뜨렸다. 동부 윤호영도 16득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인삼공사는 크리스 다니엘스(15득점, 9리바운드)가 3쿼터 종료 2분 19초 전 4번째 반칙을 하면서 구심점을 잃고 흔들렸다. 인삼공사 김태술(18득점, 7어시스트)이 절정의 컨디션을 보인 가운데 오세근은 19점을 보탰다.
▼양 감독의 말▼
“김주성 5반칙 퇴장 아찔”
▽동부 강동희 감독=실수가 많았고 급하게 덤비다 보니 경기 내용이나빴다. 그래도 좋은 경기를 한 상대를 이겼으니 기쁘다. 김주성이 5반칙으로 나가 아찔했다. 2차전에서는 잘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공격 리바운드 너무 뺏겨”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제공권 열세가 패인이다. 공격 리바운드를 너무 뺏겼다. 벤슨의 리바운드를 줄이기 위해 공을 쫓기보다는 몸으로 밀어내는 박스아웃에 집중해야 한다. 젊은 패기로 어깨 펴고 2차전에 나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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