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35)는 지난해 8월 KDB산은금융그룹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강한 이미지로 유명했던 그가 눈가를 훔치는 모습은 이례적이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리다 하강곡선을 그리며 몇 년째 변변한 후원사가 없이 무적 신세였던 설움 때문이었다. 박세리의 계약 성사에는 강만수 KDB산은금융그룹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 시절 박세리가 국민에게 희망을 줬듯 다시 한 번 일어서기를 바란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강 회장은 박세리가 도전하고 있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KDB산은금융그룹이 그룹 이미지로 강조하는 ‘파이오니어(개척자)’ 정신과 박세리가 일맥상통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박세리는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만 우승이 없다. 이런 사연으로 강 회장은 박세리와의 계약 조건에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을 위한 훈련 경비 지원으로 1억 원을 따로 책정할 것을 지시했다. 몇 해 전 대회 코스 인근에 집까지 장만하며 의욕을 보였던 박세리는 후원사의 각별한 관심 속에 지난겨울 전담 코치인 톰 크리비와 연습라운드를 도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 이 대회에 13번 출전해 4차례 톱10에만 들었던 박세리는 올 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 4개 대회에서 모두 30위 이내에 들며 꾸준한 페이스를 보였다.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은 박세리는 대망의 목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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