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슛이 림을 가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빠가 쓰러질 땐 코트로 뛰어나가고픈 마음에 관중석을 박차고 일어났다. 1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4차전이 열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오빠 이광재(28·동부·188cm)를 지켜본 여동생 이유진(22·삼성생명·183cm)의 마음이 그랬다.
이광재-이유진 남매는 하승진(27·KCC)-하은주(29·신한은행)의 뒤를 잇는 대한민국 대표 농구 남매다. 어머니 홍혜란 씨(전 태평양)와 이왕돈 씨(전 삼성전자)의 농구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가드인 오빠 이광재는 올 시즌 상무 전역 후 동부의 외곽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서 절정의 3점슛 감각을 뽐내며 인삼공사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이광재를 막아야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챔프전의 사나이’ 이광재는 “여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동생 유진이를 위해서라도 꼭 우승하겠다. 우승 보너스를 받으면 동생 정장부터 한 벌 챙겨주겠다”고 말했다.
프로 4년차 센터 이유진은 미래 삼성생명의 골밑을 책임질 기대주다. 오빠를 보며 프로농구 선수의 꿈을 키운 이유진은 “오빠의 농구일지는 나의 첫 번째 농구 교과서였다. 일지에 기록된 훈련 방법, 마음가짐 등을 엿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남들은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 눈에는 오빠가 이승준(삼성)보다 멋져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준은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는 프로농구 대표 꽃미남이다.
청소년기를 농구부 합숙소에서 보낸 남매는 그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남매 모두 프로에 진출한 뒤 ‘생존의 어려움’을 보고 겪으며 애틋한 사이로 거듭났다. 이광재는 “군대에서 동생 경기를 매번 챙겨봤다. 전화로 동생과 나누던 농구 이야기가 군 생활에 큰 힘이 됐다”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리 남매가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고 싶다”고 말했다.
동생의 응원을 받는 이광재가 4일 안양에서 방문경기로 열리는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맹활약할 수 있을까. 동생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보인 응원 메시지만 보면 트리플 더블도 문제없어 보인다. 오빠를 거칠게 수비하는 상대 선수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인삼공사 이정현 선수. 우리 오빠 수비할 때 조심 좀 해주세요. 안 그러면 제가 꿈에 나타나서 스크린 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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