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명불허전’… 두산전 6.1이닝 2실점 첫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3일 03시 00분


3회엔 3타자 3구로 퍼펙트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는데 예의를 갖춰야죠.”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한화)의 한국 프로야구 정규시즌 첫 선발 등판이 예고된 12일 한화-두산의 청주 경기. 두산 김진욱 감독은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앞선 두 경기에 결장했던 간판타자 김현수를 3번에 배치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찬호가 아니더라도 김현수는 원래 이날부터 출전할 예정이었다. 김 감독은 최선을 다해 이날 경기를 잡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또 김 감독은 “박찬호에게 보복을 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는 “박찬호가 한창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 그가 선발로 나오는 중계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쳐야 했다. 오늘 거기에 대한 복수를 해야겠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개막 후 3연패를 당한 한화 처지에서는 박찬호의 어깨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이래저래 이날 박찬호의 등판은 양팀 벤치의 관심사였다. 정규시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박찬호를 보기 위해 팬들도 경기 시작 직전 7500석의 청주구장을 가득 메웠다.

1회는 불안했다. 선두 타자 이종욱에게 내리 볼 네 개를 던져 볼넷을 허용했다. 2사 3루 위기에서는 또다시 김동주에게 볼넷을 내줬다. 두 차례 등판한 시범경기에서 15안타(2홈런 포함)의 뭇매를 맞으며 1패에 평균자책 12.96을 기록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2사 1, 3루에서 5번 타자 최준석을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2회부터 박찬호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오가는 절묘한 컨트롤을 앞세워 두산 타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용덕한을 3루수 뜬공으로 잡을 때 던진 4구째는 이날 자신의 최고 구속인 149km를 기록했다. 3회에는 고영민-이종욱-정수빈을 모두 공 1개씩만 던져 처리했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36번째 나온 1이닝 공 3개 퍼펙트였다.

박찬호는 5-0으로 앞선 7회 초 1사 1, 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구원투수 송신영이 고영민에게 2타점 2루타를 맞는 바람에 실점은 2점이 됐지만 승리투수는 그의 몫이었다. 6과 3분의 1이닝 4안타 2볼넷 5삼진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였다.

전날까지 침묵하던 타선도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4번 타자 김태균이 4타수 4안타를 치는 등 무려 17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8-2 대승을 이끌었다. 박찬호는 “중학교 때 날 투수로 만들어 주신 오영세 감독님이 시구를 하셨고 부모님도 경기를 지켜봤다. 팀의 연패를 끊을 수 있어 더욱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삼성은 광주에서 KIA를 10-2로 대파하고 역시 첫 승을 따냈다. LG는 롯데를 4-0으로, 넥센은 SK를 4-2로 꺾었다.

청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박찬호#한화#두산#첫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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