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추가시간 중앙선 근처에 있던 첼시의 페르난도 토레스(28·스페인)는 동료가 길게 걷어낸 공을 받아 질주를 시작했다. 공격에 치중하느라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모두 첼시 진영에 있었다. 무인지대를 달린 토레스는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성공시켰다. 골을 성공시킨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지난해 2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첼시로 이적하며 5000만 파운드(약 92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해 ‘900억 원의 사나이’로 불린 그였지만 한동안 극심한 골 가뭄에 빠져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첼시 팬들은 ‘먹튀’라며 그를 비난했다. 토레스는 지난해 10월 20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겡크(벨기에)전 이후 152일 만인 올해 3월 19일 FA컵 8강전 레스터시티전에서 골을 터뜨리는 등 긴 부진을 겪었다. 마침내 그는 25일 바르셀로나(바르사)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첼시의 결승행을 자축하는 상징적인 골을 터뜨렸다.
리버풀 시절부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열망한다”고 수차례 말해 왔던 그는 “첼시의 결승행을 못 박는 골을 넣어 기쁘다. 오늘이 내게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레스의 골이 터진 순간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로 평가받는 남자는 유니폼 상의에 얼굴을 파묻었다. 바르사의 리오넬 메시(25·아르헨티나)의 모습이다. 이번 시즌 역대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 최다골 기록(5골)을 세우는 등 각종 기록을 세워온 그는 이날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 줬다. 후반 3분 그가 페널티킥을 실축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바르사 팬들의 입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팀이 4강에서 탈락함에 따라 메시의 한 시즌 챔피언스리그 최다골 기록 행진은 14골에서 멈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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