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신공, 무공해 축구 위에 방울뱀 축구.’ K리그에는 공격축구를 팀 컬러로 강조한 팀이 많다. 지난 시즌 닥공(닥치고 공격)을 앞세워 리그를 평정한 전북을 비롯해 신공(신나게 공격)의 성남,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의 서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개막 후 10경기씩 치른 2일 현재 가장 센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은 닥공도 신공도 무공해 축구도 아닌 ‘방울뱀 축구’를 내세운 제주다. 제주는 10경기에서 20골을 넣어 팀 득점 1위다. 닥공의 전북은 16골(2위), 무공해 축구의 서울은 14골(공동 5위), 신공의 성남은 12골(7위)을 기록했다.
방울뱀 축구란 말은 제주를 지휘하는 박경훈 감독(사진)이 직접 만들었다. 강한 미드필더진으로 중원을 장악한 뒤 상대를 압박해 들어가다 기회가 생기면 전광석화 같은 킬 패스로 골문을 노리겠다는 전술이다. 먹잇감에 소리 없이 접근한 방울뱀이 빈틈을 노려 순식간에 덮치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
박 감독은 “방울뱀 축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볼 점유율이 높아야 한다. 점유율 높은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압박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하는 ‘원샷 원킬’이 내가 구상하는 방울뱀 축구”라고 말했다. 개막 전에 중위권으로 분류됐던 제주는 박 감독의 구상을 그라운드에 그대로 펼쳐 보이면서 수원에 이어 팀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제주의 평균 점유율은 53.12%로 서울(53.14%)에 이어 2위다. 유효 슈팅을 골로 연결하는 골 결정력에서도 31%로 상주(39%)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박 감독이 그린 방울뱀 축구의 밑그림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아직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준우승했던 2010년보다 전력이 나은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점유율도 득점력도 더 높여야 한다. 앞으로 더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방울뱀 축구에서는 미드필더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지난 시즌이 끝나고 미드필더 보강에 공을 들였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며 제주의 선전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허리를 보강하기 위해 권순형과 송진형 등을 영입했다. 권순형은 지난 시즌까지 강원에서, 송진형은 프랑스 2부리그 투르에서 뛰었다.
화끈한 공격축구 덕에 홈 관중도 크게 늘었다. 올해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뻥튀기 관중 집계를 없애고 실제 입장 관중만 세기로 했는데도 제주는 평균 관중 560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69명보다 88.7% 증가했다. 작년에 비해 관중이 늘어난 구단은 대구(36.8% 증가)와 제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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