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찬호(39)가 6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이렇게 농담했다. 5일 맞붙은 ‘국민타자’ 이승엽(36·삼성)과의 승부 얘기다. 한국야구가 낳은 투·타 최고 스타의 사상 첫 맞대결은 이승엽이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나면서 박찬호의 승리로 끝났다. 박찬호는 “솔직히 의식을 많이 했는데 후배가 봐준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고, 이승엽은 “공이 정말 좋더라. 내가 못 쳤으니 할 말이 없다”며 웃었다.
○ 각종 맞대결? “부담보다 재미”
한국프로야구 첫 시즌을 치르는 박찬호는 수차례의 ‘맞대결’로 화제를 모은다. 이승엽은 물론 전직 메이저리거인 최희섭과 한국야구 우완 에이스 윤석민(이상 KIA)이 그의 상대로 주목받았다. 앞으로는 또 다른 전직 빅리거인 김병현(넥센)과의 선발 맞대결도 남아있다. 박찬호는 그러나 “부담보다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상대 타자들도 상황을 즐길 것 같다. 아무래도 좀 더 치고 싶은 마음도 들고 집중력도 생기지 않겠느냐. 나도 이런저런 상황들이 모두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 타선 지원 부족? “조만간 박자 맞을 것”
박찬호는 5일 경기에서 6이닝 8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그러나 한화가 점수를 1점도 뽑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그래도 박찬호는 동료들부터 감쌌다. “내가 던지는 데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타자들도 잘 하고 있는데 운이 좀 안 따랐을 뿐”이라며 “이러다 박자가 맞아서 적시타가 딱딱 나오기 시작하면 다른 팀 투수들도 우리 타자들에게 쉽게 공을 던질 수 없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가 앞으로 득점 지원만 받는다면 10승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석연찮은 보크? “정확한 룰이 궁금해”
다만 보크가 옥에 티였다. 박찬호는 5일 삼성전 4회말 1사 2·3루 김상수 타석에서 3구를 던지기 전 오른발로 투수판을 밟고 있다가 공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최규순 구심은 3초 정도 지난 뒤 보크를 선언했다.
박찬호는 “투구 동작 전이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공을 떨어뜨렸다고 보크가 선언된 것은 처음이었다”며 “김선우(두산)와 통화를 했는데, 최근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보크 판정을 안 받았다고 했다. 정확한 룰이 뭔지 알고 싶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투구 동작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다”는 반응. 그러나 최 구심은 “분명히 보크가 맞다. 순간적으로 헷갈려서 선언이 늦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