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9일 에닝요의 특별 귀화와 대표팀 발탁에 대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필요하다고 하니 최선을 다해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의 귀화가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현재로선 최종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귀화의 최종 결정권자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찾아가 에닝요의 특별귀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뜻도 밝혔다.
최 감독은 최근 기술위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에닝요의 귀화를 요청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상황에서 이청용(볼턴)마저 부상에서 이제야 회복해 미드필드가 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인 에닝요는 최 감독이 전북 사령탑 시절부터 함께한 선수로 큰 경기에 강하고 득점가능 지역에서의 중거리슛 등이 뛰어나다.
최 감독은 “에닝요 측에서 먼저 내게 귀화 의사를 보였다. 나도 그가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에닝요를 가급적 빨리 귀화시켜 가능하면 내달 8일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방문 1차전부터 활용할 계획이다.
에닝요는 귀화에 “영광이다”란 입장이며 브라질의 가족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수원에서 K리그에 데뷔한 에닝요는 잠시 브라질로 돌아갔다가 2007년부터 2년간 대구, 2009년부터는 전북에서 뛰고 있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선 한 국가에서 5년 이상 연속으로 활약해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건을 갖춘 그는 K리그 173경기에 출전해 66골 48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에닝요의 특별 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 절차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는 최초의 축구선수가 되며, 태극마크를 달면 최초의 외국인 출신 축구 국가대표가 된다. K리그에는 신의손 등 귀화 선수가 일부 있었지만 이들은 일반귀화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에닝요의 귀화를 놓고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에닝요 수준의 국내 미드필더도 많다’ 등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에닝요가 축구 국가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특별귀화는 우수한 능력으로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에게 복수 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에 따른 것이다. 프로농구 문태종(전자랜드) 등 4명의 선수가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서류와 추천서를 제출해 법무부 심사를 통과하면 국적을 취득한다. 5년 이상 지속해서 국내에 주소가 있어야 하는 일반귀화와 달리 거주기간의 제약이 없고 국어, 국사, 한국문화 등에 대한 객관식 필기시험(20문제)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앞선 선수들은 체육계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장의 추천서를 받아 법무부 심사를 통과했다.
대한체육회는 7일 법제상벌위원회를 열어 에닝요와 라돈치치(수원)의 특별귀화 추천에 대한 심의를 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부적합하다”며 에닝요에 대한 추천을 거부했다. 라돈치치는 해외에서 뛴 기간 등으로 인해 FIFA 규정상 어차피 국가대표로 발탁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협회가 추천 요청을 취소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관리하는 대한체육회는 ‘태극마크’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말조차 못하는 에닝요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판단에서다.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까다로운 심사를 했다. 에닝요는 한국말을 잘 못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도가 떨어졌다. 월드컵 대표용이라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전북 감독 출신인 최강희 감독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에닝요지만 최 감독이 물러날 경우 에닝요가 언제까지 국가대표로 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그는 “국적을 취득했는데 대표팀에서 탈락한 후 외국으로 가버리면 특별귀화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지 못한다고 특별귀화 루트가 완전히 막히는 건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지 않더라도 중앙행정기관의 장, 법원행정처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다른 추천권자의 추천을 받으면 심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법무부로선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지 못한 에닝요에게 특별귀화를 허용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된다. 대한체육회의 추천이 없는 선수에게 특별귀화 혜택을 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병역 논란’ 박주영(아스널)에 대해 최 감독은 “일부에서 뽑는다고 하는데 아직 결정한 게 없다. 국민 정서도 그렇고 소속팀에서 출전도 못하는데…”라며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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