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구기종목 최초로 한국에 동메달을 안겨줬던 종목이자 올림픽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김연경(24·터키 페네르바체)이 뛰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김연경을 만났다.
“무릎 부상으로 예선전에 나가지 못했어요. 다녀온 선배들이 ‘네가 있었으면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너무 죄송하고 아쉬웠어요.”
김연경은 국내 여자배구 사상 최고의 거포다. 2005∼2006시즌 프로배구 V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3년 연속 V리그 MVP를 차지했고 소속팀 흥국생명을 세 차례 정상에 올려놓으며 그때마다 모두 챔피언결정전 MVP가 됐다.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2009년 일본으로 진출했다가 2011년 터키로 무대를 옮긴 김연경은 이제 명실상부한 월드스타가 됐다. 2011∼2012시즌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페네르바체를 우승시키며 득점왕과 MVP를 휩쓴 것.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배구의 본고장 유럽 각국의 최강 팀이 모두 출동하는 세계 최고의 대회다.
“최근 중국으로 대표팀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제가 챔피언스리그 MVP라는 걸 실감했어요. 취재진은 물론이고 중국 선수들도 다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여자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여자예선전에 출전한다. 아시아 4개국(한국 일본 태국 대만)을 포함해 러시아 푸에르토리코 등 8개국이 참가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우승팀 중국은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이 런던행 티켓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8개국 중 3위 안에 들거나 아시아 국가 중 1위를 해야 한다.
“일단 일본은 꺾고 싶어요. 대표팀에서 뛰는 동안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거든요. 어느 종목이건 한일전은 이슈가 되잖아요. 하지만 전체 3위 안에 드는 것도 중요하니까 러시아 등 유럽 국가를 상대할 때도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대표팀 김형실 감독(61)은 “주장 김사니를 비롯해 모든 선수가 런던에 가겠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김연경은 월드스타라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성격도 소탈하고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리그에서 한 시즌을 뛴 뒤 유럽 챔피언스리그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김연경. 힘들지는 않을까.
“한국 배구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사실 4년 전만 해도 어려서 그런지 올림픽이 그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요. 이제는 달라요. 올림픽은 제 꿈이자 목표예요. 그거 아세요? 본선에만 나가면 메달도 딸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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