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팀 충주성심, 조명탑 경기 첫 경험
강호 부산고에 1-7 졌지만 생애 3번째 9회까지 승부
양인하 144개 던지며 완투
그들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었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한 뒤 지길 바랐다. 콜드게임이 아니라 9회 말까지 경기를 하는 게 꿈이었다.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는 2002년 창단 후 전국대회와 지역대회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하기야 선수 대부분이 고교에 와서 야구를 시작한 멤버로 이뤄진 팀이 다른 팀을 이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1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 부산고와의 1회전. 충주성심학교는 이날도 패했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집념은 ‘소리 없는 반란’이라 할 만했다. 영화 ‘글러브’의 실제 주인공인 충주성심학교가 영화보다 더한 진한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충주성심학교는 올해 황금사자기 전에 치러진 주말리그 중부리그에서 5전 전패를 당했다. 다섯 번 모두 콜드게임패였다. 전국 최강으로 평가받는 천안북일고와의 경기에서는 1-35란 참담한 스코어로 5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지난 10년간 충주성심학교가 9회까지 경기를 치른 건 2005년 무등기와 지난해 주말리그 등 단 두 번밖에 없었다.
공교롭게 황금사자기 1회전에서 만난 부산고는 경상권A에서 우승한 강팀이었다. 지는 건 당연해 보였다. 몇 점 차로, 몇 회 콜드게임으로 질 건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전혀 뜻밖의 내용이 전개됐다. 충주성심학교 2학년 투수 양인하(사진)는 110km 전후의 느린 직구로 막강 부산고 타선을 적절하게 막았다. 투구 수가 100개를 넘기 전인 7회까지는 3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힘이 떨어진 8회와 9회 2점씩 내주긴 했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144개의 공을 혼자서 역투했다. 10개의 안타와 5개의 4사구, 13개의 도루를 허용하면서도 9회까지 내준 점수는 7점밖에 되지 않았다.
수비수들 역시 몸을 던져 공을 막아냈다. 난생 처음 조명탑을 켠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른 탓에 어처구니없이 뜬공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했지만 몸을 날려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것도 여러 차례였다.
9이닝 동안 안타는 하나도 치지 못했지만 4회 말 공격에서 천금같은 첫 득점을 했다. 선두타자 서길원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고 김권세의 보내기번트 때 3루를 밟은 뒤 김준호의 1루수 앞 땅볼 때 홈을 밟았다. 1-7로 졌지만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의 얼굴엔 ‘해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양인하는 경기 후 수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좀 더 열심히 연습해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컨트롤을 더 가다듬어 프로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창단 때부터 지휘봉을 잡아 온 박상수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100% 이상 발휘했다. 좋은 야구장에서 강팀을 상대로 9회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다는 건 선수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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