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채병용(30)이 돌아왔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5-5로 맞선 9회말 KIA 나지완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맞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지 2년 반 만이다. 그는 2010년 4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소해 지난달 10일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6월 복귀를 목표로 땀을 흘리고 있는 채병용을 14일 인천 문학구장 부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부상 투혼’이 빛바랜 과거
채병용은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이 열린 10월 24일 아침을 잊지 못한다. 눈을 떴을 때 오른 팔꿈치가 펴지지 않았다. 팔꿈치 인대가 찢어졌음에도 진통주사를 맞으며 버텼지만 한계가 온 거였다. 그는 “급하게 뜨거운 물에 팔을 넣었다 빼고 계속 마사지를 했더니 조금 움직여졌다. 그래도 설마 그날 경기에 뛸 줄 모르고 스파이크도 안 신고 갔다”고 회상했다.
5-5로 팽팽하던 8회. 채병용은 김성근 당시 SK 감독과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감독은 말이 없었지만 채병용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는 등판 준비를 서둘렀다. 마무리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불펜에서 10∼15개의 공을 던지며 몸을 푼다. 하지만 채병용은 공을 2개밖에 던지지 못했다. 팔이 찢어지듯 아팠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안이 없었기에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패전투수가 된 그는 고생한 팀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에 마운드에서 펑펑 울었다. 채병용은 그해 11월 일본에서 5시간 반에 걸쳐 팔꿈치 수술을 받고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 구멍 난 SK 선발진의 희망
SK는 로페즈가 부상으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는 등 선발진이 구멍 난 상태. 채병용의 복귀가 그만큼 절실하다. 채병용은 11일 실전처럼 타자를 상대로 공 30개를 던졌고 점차 투구 개수를 늘리고 있다. 그는 “현재 몸 상태가 90%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음 주 연습경기에 출전해 부족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채병용이 마운드 복귀를 서두르는 이유는 또 있다. 남편만 바라보는 아내와 두 딸 때문이다. 그는 “군 보류 선수일 땐 연봉(1억6000만 원)의 약 10%밖에 못 받았다. 한 달에 80만 원을 받은 적도 있다. 지난 2년간 가족에게 미안했다. 이제 멋진 투수로 팀에 도움이 되고 가장의 역할도 잘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채병용은 만약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9회말 동점 상황이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그는 서슴없이 “당연히 등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2009년 당시 나지완에게 홈런 맞았던 몸쪽 높은 직구만큼은 절대 던지지 않겠다”며 웃었다. 2년간 마운드를 떠났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뜨거웠다. 그동안 여름에 유독 강했던 채병용이 올 시즌 화려한 더위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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