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진욱 감독은 “코치보다 더 좋은 스승은 동료”라고 했다. 코치가 밖에서 보고 가르치는 것보다 선수들이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수빈(22)과 허경민(22)은 좋은 사제관계다.
정수빈과 허경민은 2008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인연을 맺었고, 두산에 지명돼 한솥밥을 먹고 있다. 정수빈이 입단(2009년) 직후 일찌감치 1군에서 기회를 얻은 반면 허경민은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올해부터 1군에서 함께 뛰고 있다. 특히 허경민은 입단 3년 만에 첫 1군무대임에도 타율 3할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결정적 순간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와 호수비로 팀을 구하고 있다. 그 뒤에는 정수빈의 내조(?)가 한 몫 하고 있다.
정수빈의 시즌 타율은 2할8푼대지만 테이블세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호수비와 빠른 발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게다가 1군 경력은 선배다. 허경민은 “(정)수빈이와 상대투수 볼이나 견제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나눈다”며 “초반에 처음 날 상대했던 투수들이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면 요즘에는 변화구 승부가 많아졌다. (정)수빈이가 ‘변화구를 노려 쳐야 한다’고 얘기해줘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수빈이 허경민에게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이유는 본인의 경험 때문이다. 실제 그는 지난 시즌까지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며 삼진이 많았던 단점을 고치기 위해 캠프 때부터 부단히 노력했다. 친구가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 없이 하루라도 빨리 1군무대에 안착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우정의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