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변화구 하나가 +5승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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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5일 07시 00분


선동열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선동열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선동열 감독이 말하는 다승투수의 조건

직구 하나가 코너워크 잘되면 10승 너끈
변화구 마음대로 던질 땐 5승 추가 가능
박찬호·류현진 등 완급조절로 타자 요리
윤석민, 지나친 직구 위주 패턴 바꿔야


“확실히 베테랑은 베테랑이야.”

KIA 선동열 감독은 24일 광주 한화전에 앞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화 박찬호가 23일 KIA 이용규를 상대하는 장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직구를 초구로 던진 뒤 느린 변화구를 연이어 두 개 던지더라. 파울을 유도하려고 한 것 같다”며 “그 다음이 낮은 직구였다. 역시 베테랑다운 운영이었다”고 설명했다. 느린 변화구 활용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선 감독에게는 좋은 예시 중 하나였던 셈이다.

○류현진이 헛스윙 삼진 잡는 비결

한화 류현진은 늘 탈삼진 부문에서 선두권을 유지한다. 올해는 특히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그 비결을 이렇게 정리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볼 1∼2개를 던져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0B-2S나 1B-2S에서 승부를 볼 때 그 전에 타자들에게 ‘보여주는 볼’을 잘 던져야 헛스윙 삼진을 유도할 수 있다. 류현진이 바로 그 완급조절을 잘 한다.” 또 22일 경기에 등판한 한화 양훈이 느린 커브를 효과적으로 섞어 호투한 데 대해서도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좋은 도구였다”고 언급했다.

○윤석민, 느린 변화구로 슬라이더 위력 높여라!

KIA 윤석민은 23일 경기에서 6회까지 104구를 던졌다. 그 중 직구와 슬라이더의 비율이 80%에 달했다.

선동열 감독은 “그 때문에 힘은 힘대로 쓰고 투구수가 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며 “구위가 지난해만큼은 좋지 않다. 그렇다면 더욱 느린 변화구로 완급조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0km대 후반의 슬라이더와 140km대 후반의 직구는 속도차가 10km뿐이다. 타자들도 금세 적응한다. 하지만 100km대의 느린 변화구를 보여주다 150km짜리를 던지면 위력이 훨씬 크다”는 설명. 물론 컨디션이 최고조라면 직구와 슬라이더로도 충분한 투수가 윤석민이다. 그래서 선 감독이 ‘안 좋을 때의 완급조절’을 더 강조한 것이다.

○변화구 하나에 5승이 달렸다!

선동열 감독은 “직구 하나가 구석구석 코너워크만 잘 되면 충분히 10승은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단순히 ‘10승 투수’의 수준을 넘어서려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 “변화구 하나가 직구처럼 마음대로 되면 플러스 5승을 할 수 있다. 그런 변화구가 하나 더 있으면 당연히 20승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만큼 구질 하나를 완벽하게 구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선 감독은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마음대로 구사해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변화구 하나가 5승을 좌우한다. 그런 투수가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광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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