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프로야구 한화의 경기 현장이 아닌데 말이다. 관중의 응원을 한몸에 받은 주인공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39·한화)가 아니었다. 25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야탑고와의 16강전에 출전한 장충고 2루수 박찬호(17)였다.
체격, 나이, 외모 등 모든 것이 달랐지만 박찬호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이름이 같은 것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활약을 펼치며 장충고의 8강행을 이끌었다. 박찬호는 신장 177cm 몸무게 66kg의 호리호리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매서운 타격을 선보였다. 2회 첫 번째 타석에서는 선취점의 주춧돌을 놓는 왼쪽 안타를 쳤다. 4-0으로 앞선 8회에는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를 가르는 이날 경기의 유일한 3루타를 쳐냈다. 박찬호는 상대 투수 폭투 때 홈을 밟아 쐐기 득점까지 기록했다.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 1도루 등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펼친 박찬호는 “박찬호 같 은 큰 선수가 되고 싶다. 단, 투수가 아닌 내야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장충고는 9회 투수들이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2개를 연속으로 내주며 1점을 내줘 5-1로 쫓겼다. 하지만 무사만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한 홍경표가 희생플라이로 1점만 내준 뒤 삼진 2개를 연거푸 잡아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타 6개로 5점을 뽑는 타선의 집중력을 발휘한 장충고의 5-2 승리. 장충고 선발 조지훈은 8이닝 동안 공 124개로 29타자를 상대해 3안타 4볼넷 2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장충고 송민수 감독은 “겨울훈련을 착실히 한 선발 조지훈이 좋은 공을 던졌다. 9회 위기에는 2학년인 홍경표가 대담하게 잘해줬다. 8강부터는 초반의 승기를 끝까지 가져가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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