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KISS] 빼야 산다…하루 1kg 감량하는 ‘독한 놈’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5월 30일 07시 00분


2004년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경기에 참가한 A선수는 메달 기대주였지만,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계체량 전날 오후 훈련을 마치고 체중이 출전 체급보다 0.9kg 많았던 A선수는 계체량 당일 아침 체중을 체크하니 1.7kg이 많았다. 깜짝 놀란 감독이 이를 추궁하자 배가 고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옆 숙소에서 풍기는 구수한 라면 냄새에 끌려 젓가락을 들었다고 했다. 급속 감량으로 겨우 계체량을 통과했지만 A선수의 생리적 리듬과 컨디션이 경기 당일까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해 결국 첫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

태권도, 유도, 레슬링, 복싱 등은 격투기 종목인 동시에 체급 종목이다. 육상, 수영 등의 기록 종목과 축구, 배구, 야구 등의 구기 종목과는 달리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몸집 크기(체격)를 구분하는 것은 선수의 체격이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체격이 차이나면 기술적 우열을 겨루는 경기 자체가 시시해지거나 일방적인 결과를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비슷한 체격을 가진 선수끼리 경기를 갖게 함으로써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수들의 평소 체중은 한계체중(체급)보다 많다. 대부분 계체량만 통과하고 나서 평소처럼 회복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체중감량과 회복 과정은 매우 고통스런 인내를 요구하기 때문에 반드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에 출전할 정지현은 평소 체중이 70kg이 약간 넘어 계체량(경기 전날 오후 3∼4시경 실시)까지 약 10kg을 감량해야 한다. 정지현이 감량을 시작하는 시기는 약 2주나 10일 전부터다. 하루에 약 1kg을 감량하는 셈이다. 계체량 전날 오후에는 약 1kg을 남겨두고, 계체량 당일 이를 감량한다. 같은 1kg이라도 인체의 항상성(평소 상태를 유지하려는 속성) 때문에 계체량 당일의 감량이 가장 힘들다.

체중 감량을 실시하면 근력과 근 파워가 저하되고, 근지구력도 떨어진다. 그리고 피로를 쉽게 느끼고, 피로회복 속도도 느려지며 근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는 생리적 기능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감량 동안에도 하루에 최소한 약 1500kcal 정도를 섭취해야 한다.

계체량이 끝나면 먼저 당분과 향료가 첨가된 수분섭취를 실시한다. 감량에 따른 탈수 증세와 음식물 섭취에 따른 소화를 돕기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사는 지방이 적고 탄수화물이 많이 든 음식 가운데 지금까지 친숙한 것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테네올림픽대회 때 의사가 10알만 먹으라고 준 탄수화물 복합제를 정지현이 1통 모두 비웠고, 저녁식사만 4끼를 먹어 약 6kg을 회복한 것처럼 2012런던올림픽에서도 성공적인 감량과 회복을 통해 금메달을 선사해주길 기대한다.

최규정 KISS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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