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49·사진) 천안북일고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987년 빙그레에 입단해 타율 0.335(최다안타 1위)의 빼어난 성적으로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1991년(0.348)과 1992년(0.360) 2년 연속 수위타자를 차지했다. 타격만이 아니었다. 1992년 20(홈런)-20(도루)클럽에 가입한 호타준족이었고, 3번이나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1988·1990·1991년)를 수상했다. 무엇보다 이 감독은 ‘악바리’였다. 타석에서 쉽게 물러서는 법이 없었고, 출루하면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곤 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근성 있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2008년 아마추어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후로도 이 감독은 변함이 없었다. 선수들에게 그는 ‘호랑이 감독님’으로 통한다. 스스로 “매일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선수들을 괴롭히니 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고 인정할 정도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도 지난달 28일 열린 신일고와의 8강전에서 7-0의 강우콜드게임 승을 거두고도 “10-0이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야구인데 점수차가 벌어진 후 나태한 플레이를 펼쳤다”고 선수들을 크게 나무랐다.
이 감독이 이토록 선수들에게 냉정한 이유는 하나다. ‘책임감!’ 그는 “(북일고) 감독을 맡았던 첫 해 ‘이 어린 선수들의 인생이 내 손에 달려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등학교 선수들은 물만 줘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새싹들이다. 프로든, 대학이든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 아닌가. 강한 정신력으로 열심히 훈련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다. 이 감독은 북일고 사령탑이 된 직후부터 4년 넘게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 북일고 관계자는 “감독님이 학교에서 제공한 아파트를 마다하고 선수들과 가까이 생활하기 위해 학교 근처에 마련된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4년째 생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감독이 가장 먼저 운동장에 나와 훈련을 준비하자 선수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왔다. 북일고가 10년 만에 다시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