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수비’를 어쩌나”… 최강희-홍명보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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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6일 03시 00분


최강희 월드컵대표팀 감독(왼쪽)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수비 불안’의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1월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한 두 감독. 동아일보DB
최강희 월드컵대표팀 감독(왼쪽)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수비 불안’의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1월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한 두 감독. 동아일보DB
“상대 공격수를 마크하지 못했다. 지역방어와 일대일 마크를 동시에 해야 하는데 우왕좌왕하다 서로 미루는 등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조별 예선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뒤 당시 올림픽 축구대표팀 박종환 감독이 본보에 남긴 관전평이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렀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여전히 ‘수비 불안’의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대표팀은 5월 31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1-4로 패했다. 수비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낸 대표팀은 상대 공격수에게 뒤쪽 공간을 내주며 실점을 허용했다. 9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A조 카타르와의 첫 경기를 치르는 대표팀은 남은 기간 수비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동료가 상대 공격수를 막으려고 전진하느라 비운 공간을 다른 수비수가 빠르게 메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직력 회복의 관건은 수비수의 간격 조절과 민첩한 커버 플레이에 있다는 것이다. 또 미드필더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수비수로부터 시작되는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을 앞둔 올림픽대표팀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던 홍정호(23·제주)가 4월 29일 K리그 경남과의 경기에서 후방 십자인대를 다쳐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수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경험 많은 수비수를 와일드카드로 뽑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기존 선수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중앙수비를 보고 있는 김영권(22·오미야)과 장현수(21·FC도쿄)를 위주로 전체적인 수비 라인을 맞추는 동시에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수비 가담을 높여 팀 전체의 수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대책으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대형 수비수’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위원은 “체계적인 수비 훈련을 통해 전문 수비수를 키워내야 한다. 많은 유럽 국가는 유소년 시절부터 수비수로 키워낼 선수를 선별해 이론과 실전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6년 전 박종환 감독이 관전평에 남긴 또 다른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축구도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차근차근 쌓아 나갈 수밖에 없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축구#수비 조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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