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민호 코치는 요즘 고민이 많다. 두산의 기동력이 예전만 못한 탓이다. 두산은 2000년대 중반까지 뛰는 야구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주전들이 나이가 많은 데다 부상 선수가 많아 올 시즌 팀 도루가 6일 현재 6위(40개)에 머물고 있다. 김 코치는 “이제 ‘발야구’는 두산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른 팀들도 모두 기회가 되면 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발야구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두산과 SK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LG 삼성 KIA 넥센까지 기동력을 살리는 야구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이 느린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홍성흔(롯데) 등 장타자들의 도루 장면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안 뛰면 살아남을 수 없는 발야구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 넥센 KIA 신흥 발야구 강호 등극
올해 발야구 전쟁에 기름을 부은 팀은 넥센과 KIA다. 넥센은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지난해 팀 도루 꼴찌(99개)에서 올해 선두(62개)로 뛰어올랐다. 넥센 염경엽 코치는 “지난해까지 몸을 사렸던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까지 뛰다 보니 상대팀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며 “느리다고 봐주는 건 없다. 느릴수록 스타트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KIA는 선동열 감독이 삼성 사령탑이었을 때 함께했던 김평호 코치를 영입하면서 빠른 팀이 됐다. 김 코치는 2008년 도루 꼴찌(59개)였던 삼성을 지난해 도루 1위(158개)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KIA는 2010년 팀 도루 꼴찌(117개)였지만 올 시즌 삼성과 함께 공동 3위(55개)에 올랐다. 김 코치는 “내 파일에는 8개 구단 투수들의 볼 배합, 습관, 킥모션(투구 때 발을 들었다 내려놓는 동작) 등이 저장돼 있다. 뛰는 야구를 하려면 공부는 필수”라고 말했다.
○ 뛰는 야구에 적응하라
각 팀마다 발야구를 막기 위한 노력도 한층 강화됐다. 투수들은 투구 폼을 최대한 간결하게 다듬고 있다. LG 김인호 코치는 “벤치에서 투수의 퀵모션 시간을 재 1.3초가 넘으면 어김없이 도루 사인을 낸다”며 “퀵모션이 1.3초가 넘는 투수는 1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노출된 투구 습관을 고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김민호 코치는 “LG의 에이스 주키치는 와인드업을 할 때 다리를 드는 높이에 따라 구질이 달랐는데 올해는 차이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반면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팀들은 울상이다. SK는 주전들의 부상 재발 방지를 위해 도루 자제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팀 도루가 최하위(27개)로 처졌다. SK 이광근 코치의 고민도 깊어졌다. “투수로선 빠른 주자가 누상에 나가면 직구 위주의 투구를 할 수밖에 없다. 타자들이 직구를 노리고 들어오면 투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제 발야구 없이 우승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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