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불안정 속에 엔화와 달러 가치가 연일 오르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에서만큼은 다르다. 엔화와 달러의 희비가 엇갈린다. 일본에서 돌아온 타자들은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반면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화 김태균(30)과 삼성 이승엽(36), KIA 이범호(31) 등 일본 U턴파는 팀의 중심타자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모두 올 시즌 타율이 6일 현재 일본에서 뛰었을 때보다 크게 올랐다. 일본 지바 롯데 시절인 2010∼2011년 타율 0.265였던 김태균은 올해 국내 복귀 후 유일한 4할 타자(0.416)로 뛰고 있다. 일본에서 8년 통산 타율 0.257에 그친 이승엽도 국내에선 타율 4위(0.341)에 올랐다. 2010년 일본에서 2할대 초반(0.226)에 머물렀던 이범호 역시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4할 가까운 타율(0.368)로 메마른 팀 타선의 단비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 돌아온 타자들이 맹활약하는 건 제구력이 정교한 일본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내공을 기른 덕분이다. 이광권 SBS 해설위원은 “이들은 일본에서 포크볼이나 체인지업처럼 유인구에 많이 속았다. 몸쪽에 바짝 붙이는 공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 단련이 되면서 한국에 돌아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프로야구는 5일 현재 평균자책 1점대 이하인 투수가 13명에 이를 만큼 ‘투고타저(投高打低)’ 성향이 강하다. 한국에는 1점대 투수가 한 명도 없다.
반면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은 고난의 연속이다. 한화 박찬호(39)는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답지 않다. 9경기에 나서 고작 2승(4패)뿐이다. 관중 동원에는 성공했지만 성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쳤다. 넥센 김병현(33) 역시 3년의 공백이 커 보인다. 직구는 시속 140km 중반까지 나오지만 변화구 제구가 잘 안돼 국내에선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야구 전문가들은 박찬호와 김병현이 공을 던지는 팔의 위치가 과거에 비해 변했다고 지적했다. 오버핸드스로 투수인 박찬호는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이 되면서 팔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언더핸드스로 투수였던 김병현은 이제 사이드암스로에 가깝다. 투수가 나이가 들거나 힘이 떨어질수록 팔이 점점 중간 위치로 향한다는 얘기다. 노련함과 관록만으로는 세월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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