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연기 논란을 빚은 박주영(27·아스널)이 말문을 열었다. 박주영은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병역 연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박주영의 옆자리에 앉았다. 런던 올림픽 최종 엔트리 선정 작업에 들어간 홍 감독이 병역 연기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박주영의 곁을 지켰다는 점에서 23세 이하 나이 제한을 받지 않는 와일드카드 세 자리 중 하나는 사실상 박주영으로 낙점된 셈이다. 한국이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면 박주영은 병역법에 따라 병역 의무가 면제된다.
박주영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이었지만 말문은 홍 감독이 먼저 열었다. 홍 감독은 “(기자회견은) 내가 설득했다기보다는 본인이 결정한 것이다.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인데 선배로서 옆에서 용기를 주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주영 선수를 뽑으면 팀이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다. 박주영 선수가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박주영은 “많은 염려를 끼쳐드린 걸 잘 알고 있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에게 죄송하다. 병역 연기 요청은 이민을 위한 것도, 병역 면제를 위한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드시 현역 입대할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미리 써온 내용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시종일관 담담하게 얘기했다.
다음은 박주영과의 일문일답.
―병역 연기 논란 관련 공식 인터뷰는 안 하겠다고 했는데 입장이 바뀐 이유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한테 조언도 구해보고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한 후에 내린 결정이다.”
―병역 연기는 법률 대리인이 권유했다던데 병역을 연기한 진짜 이유가 뭔가.
“모나코에서 3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선진 축구를 많이 배웠다. 좀 더 배우고 싶고 국위를 선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변호사를 통해 병역 연기가 가능하다는 걸 알고 허가를 받은 것이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건 잘못이다. 바로 얘기했어야 하는데 늦어졌다. 축구 선수에게 병역은 굉장히 중요하다. 병역은 축구 선수뿐 아니라 대한민국 남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축구 선수이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 동안 생각해 왔고 그런 결정을 하게 됐다.”
―기자회견을 연 시점이 올림픽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전인데 올림픽대표팀에 대한 생각은….
“나에게는 (올림픽대표 선수들이) 중요한 존재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 함께 뛴)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 경기를 다시 한 번 더 할 수 있다면 축구 인생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스널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는데 몸 상태는 어떤가. 아스널을 떠나고 싶은가.
“당장의 몸 상태를 떠나서 앞으로 훈련하면서 몸 상태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코칭스태프가 저를 믿기 때문에 걱정 안 하도록 최선의 몸 상태를 만들겠다. 팀 이적에 관해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해외 장기체류가 불법은 아니지만 병역 회피를 위한 편법이란 지적이 있는데….
“장기 체류는 이민이나 병역 기피 목적이 절대 아니다. 축구 선수로 좀 더 오래 뛰고자 하는 마음에 그렇게 됐다. 병역 이행 약속은 병무청에 자필로 써 낸 것도 있고 그동안 인터뷰 음성으로 나간 것도 있다. 거짓말을 할 것 같았으면 그런 걸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른 어떤 상황이 와도 현역으로 입대하겠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면 병역이 면제되는데 이런 게 입장 표명에 영향을 미친 건가.
“동메달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저 같은 선수에 대해 신뢰와 배려를 해준 감독님과 선수들이 많은 힘이 됐다. 그런 선수들과 함께 축구를 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도 입장 표명의 필요성을 몇 번 얘기했었는데….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 대해 생각이 다른 건 아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인데 선수를 선발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입장을 표명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서서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했기 때문이지 최 감독님에 대해 특별히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최 감독님과 내가 서로 소원해졌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입장을 밝히고 난 심정은 어떤가.
“마음이 편하다.”
홍 감독은 박주영이 이날 일본으로 출국해 당분간 일본 클럽 팀과 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팀과 훈련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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