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영필(38·사진)이 자주 듣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에도 같았다. “지금 저쪽 팀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요…. 정말 의식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냥 내가 상대하는 타자들만 생각할 뿐입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조건 없이 풀어준 한화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2010시즌 후 한화 소속이던 이도형과 최영필은 프리에이전트(FA) 신청을 했지만 이듬해 1월 15일까지 어느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1년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이도형은 은퇴를 택했다. 그러나 최영필은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멕시칸리그와 일본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가 보상권리를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SK와 계약해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서운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또 고마운 마음도 있다. 그래서 한화는 그에게 ‘애증의 팀’이다.
15일 최영필은 경기를 앞두고 한화 덕아웃을 들렀다. 옛 동료들과 마주한 그는 연신 미소를 지었다. “후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잘 돼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는 이날 8회 선발 윤희상을 구원해 1.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2010년 6월 18일 대구 삼성전 이후 728일 만의 승리였다. 0점대의 방어율(0.61)도 이어갔다.
지난 1년간 그는 거의 혼자서 훈련을 했다. 외로움이 엄습했지만, 그럴 때는 술 한 잔을 마시고 또 훌훌 털어버렸다. “버틸 수 있었던 동력이요? 꼭 한번 다시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그 마음이었지요.” 그의 꿈은 야구선수인 아들 종현(16·제물포고) 군과 함께 뛰는 것이다. 그것이 시련 속에서도 그를 지탱한 힘이었다. 최영필은 “오늘은 잘했으니, 아들에게 전화가 올 것 같다”며 덕아웃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