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딱 벗고 갔다가 밍크코트 입고 왔지 뭐.” 전남 정해성 감독(사진)이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17일 K리그 16라운드는 이슈거리가 많았죠. 포항이 선두 서울을 잡았고, 전북은 대구를 5-1로 대파해 ‘닥공 시즌2’를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최고 화제는 단연 전남이었습니다. 주전을 모조리 뺀 신인급 2군 스쿼드로 상승세의 대전을 잡았으니 말에요. 더구나 부동의 골키퍼 이운재 대신 들어간 류원우는 케빈의 PK까지 막아내며 신데렐라로 등극했습니다. 사실 류원우 투입은 정해성 감독의 승부수였습니다. 윤덕여 수석코치부터 주앙 GK코치까지 모두 “젊은 선수를 지휘할 이운재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는군요. 하지만 정 감독은 “지금이 아니면 류원우의 경험을 쌓게 할 기회가 없다. 준비가 됐는지만 보고하라”고 했고, “준비는 돼 있다”는 주앙 GK코치의 말을 듣고 출전을 결정했답니다. 1∼2년 차 젊은 피들의 대반란으로 분위기를 반전한 전남의 다음 행보가 기대됩니다.
부상 불운 대전 황도연, 8개월만에 가슴뛰는 이유
○…출전 엔트리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감격이었습니다. 대전 수비수 황도연(21) 이야기입니다. 황도연은 17일 전남과 홈경기 교체명단에 전격 포함됐습니다. 전남 소속이던 작년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엔트리 승선이었죠. 황도연은 지독한 부상 불운에 시달려 왔습니다. 작년 7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서 코뼈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던 그는 올 1월 태국 방콕 킹스컵에서는 눈을 다쳤고, 2월 사우다아라비아와 올림픽 최종예선 때는 오른쪽 팔이 골절됐습니다. 부상방지도 자기관리의 일부라고 하지만 너무 안 됐죠. 황도연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재활을 소화해 예상보다 한 달 빨리 복귀했죠. 비록 전남전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그라운드를 밟을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황도연 선수, 힘내세요.
오심 범한 팀에 다시 배정…심판도 트라우마 생긴다
○…선수와 감독만 트라우마가 있는 게 아닙니다. 심판도 있습니다. 특정 팀과 경기에서 오심 등 결정적인 실수를 했을 경우 다음에 그 팀 경기에 배정받으면 아무래도 부담이겠죠. 17일 수원-제주전 주심은 김종혁 심판이었습니다. 김 주심과 수원은 악연이 있습니다. 작년 성남-수원의 FA컵 결승에서 결정적인 오프사이드 오심이 나와 수원 패배의 빌미가 됐죠. 물론 오프사이드를 잘못 본 부심이 1차 잘못을 했지만 최종 책임은 김 주심의 몫. 수원은 김 주심이 심판을 본 올 3월 제주 원정에서 1-2로 역전패하기고 했죠. 그런 김 주심이 또 배정되자 수원은 격앙됐습니다. 수원 팬들은 김 주심을 비하하는 플랜카드를 내걸기도 했어요. 수원 입장에서는 ‘왜 하필 또’라며 하소연할 법 합니다. 이쯤 되면 김 주심도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다고 봐야겠죠.
전북에 뺨맞은 제주, 수원에 똑같이 화풀이
○…K리그 16라운드 수원 원정에 앞서 만난 제주 선수단의 표정에는 비장감이 느껴졌어요. 이유가 있습니다. 주중 경기로 치러진 15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북에 패하면서 최근 홈 무패 기록이 10경기 만에 깨진 탓이죠. 하지만 기록에는 기록으로 답하는 법. 제주는 수원에 자신들의 아쉬움을 고스란히 돌려줬어요. 1-1 무승부. 승점 1을 추가한데 그쳤어도 이긴 만큼의 희열이 있었죠. 왜냐고요? 사실 수원도 올 시즌 홈 8경기 전승을 달리고 있었거든요. 더욱이 수원이 이날 이겼다면 선두 탈환도 가능했을 텐데,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렸으니.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꼴이라고요? 글쎄요, K리그의 스토리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보는 게 더 좋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