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4번타자 박병호는 힘이 좋기로 소문난 ‘장사’다. 그러나 무더위 앞에선 타고난 ‘장사’도 소용이 없었다. 최고 기온이 섭씨 32도까지 올라간 20일 잠실구장. 박병호는 이날 두산전에 앞서 훈련을 마친 뒤 덕아웃 뒤편의 복도 한쪽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경기장과 연결된 통로라 바람이 들어와 그나마 시원한 ‘명당’이었다.
그러나 바람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박병호는 목마름을 호소했다. 급기야 복도를 지나가는 팀 관계자를 붙잡고는 “시원한 과일 주스 하나만 사주세요”라고 애원했다. 그 관계자는 “지갑을 다른 데 두고 왔어. 미안해”라고 대답한 뒤 사라졌다. 박병호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팀 관계자들이 지나갈 때마다 “과일 주스 사주세요”를 연발했다.
팀 타자들 중 덩치가 가장 큰 박병호의 애교 섞인 요청에 넥센 관계자들은 모두 웃음을 지었다. 과일 주스 한 잔을 갈구하는 박병호의 눈빛은 만화영화 ‘슈렉’에서 장화신은 고양이가 애원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