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대 첫 승을 안겼고, 2번째 대결에서도 승리를 헌납했다. 한화 박찬호(39·사진)의 시즌 3승 중 2승은 두산을 상대로 얻은 것이었다. 두산전 2경기에서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끊었고, 방어율은 2.03에 불과했다. 22일 대전구장에서의 3번째 만남. 두산은 김선우(36)를 선발로 내세웠다. 메이저리그 출신 두 투수의 국내 첫 맞대결. 박찬호와 김선우는 메이저리그 시절이던 2005년 9월 25일 쿠어스필드와 2006년 4월 10일 펫코파크에서 각각 샌디에이고와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2차례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에는 선발과 구원으로 마주쳐 진검승부는 아니었다.
○박찬호 공략법 ‘닥치고 공격’
두산 김진욱 감독은 이날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왼쪽 햄스트링 미세 손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김동주 대신 김현수를 4번에 배치하고, 1∼2번에 최주환∼이성열을, 3번에 윤석민을 넣었다. 비록 이성열이 경기 전 훈련 때 타구에 맞아 정수빈으로 교체됐지만 한방을 갖춘 타자들을 상위타순에 배치하는 강수였다. 김 감독은 “최강희 감독의 ‘닥공’이 콘셉트”라며 “수비보다는 점수를 많이 뽑는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단, 단서가 붙었다. 김 감독은 “여기서 ‘공격적’이라는 뜻은 초구 공략이 아니다. 자기 볼을 적극적으로 치라는 의미다. 혹 타이밍이 안 맞았더라도 방망이가 한번 나갔으면 강하게 돌리라고 주문했다. 방망이가 부러져도 코스만 좋으면 안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찬호의 두산 대비법
박찬호도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평소보다 일찍 그라운드로 나와 두산 타자들의 타격을 지켜봤다. 정민철 투수코치도 “일단 두산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좋아 투구수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또 넥센과의 3연전에서 10개 이상의 도루를 했다고 해서 주자를 묶는데도 신경을 쓸 예정”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퀵모션이 1.30초 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상대도 (도루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경험에서 나오는 완급조절이 좋고, 땅볼유도가 톱클래스급이기 때문에 걱정 안 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결과는? ‘닥공’의 성공
실제 두산 타자들은 박찬호를 상대로 4회까지 2안타 2사사구로 1점을 뽑는데 그쳤다. 그러나 1-2로 뒤진 5회 1사까지 10타자를 처리한 박찬호의 결정구, 직구가 흔들렸다. 고영민∼최주환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고, 김 감독이 꼽은 키플레이어 정수빈과 윤석민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정수빈은 0B-2S의 불리한 카운트서 슬라이더(131km)를 통타해 동점 1타점 2루타로 연결했고, 윤석민도 초구(139km·직구)를 공략해 2타점을 올렸다. ‘김진욱표 닥공’이 성공한 셈. 두산 전력분석원은 “경기 초반 직구가 위력적이었는데 회가 거듭할수록 직구 스피드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