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또 하나의 대기록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한 ‘대기상태’에 돌입했다. ‘끝판왕’으로 불리는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30) 이야기다. 오승환은 23일 목동 넥센전에서 8-5, 3점차 리드를 지키고 개인통산 226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LG의 전설’ 김용수(52) 중앙대 감독이 보유한 역대 최다 227세이브에 1개차로 다가선 것이다.
오승환의 세이브 행진을 지켜보는 원조 소방대장 김 감독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 감독은 오승환의 신기록 경신과 관련한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반겼다. 김 감독은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대기록이 달성된다는 것은 야구계를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오승환은 전문 마무리의 장을 연 선수다. 내가 16년을 뛰어서 이룬 기록을 7∼8년 만에 이뤘다. 대단한 선수다”라며 미리 축하해줬다.
오승환과 김 감독의 세이브 기록은 상황 차이가 있다. 오승환은 현대야구에서 보편화된 ‘1이닝 마무리’다. 투구수와 연투 여부에 따라 관리를 받는다.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도 대개 세이브 상황이다. 김 감독은 달랐다. 당시에는 ‘1이닝 마무리’라는 개념이 없었다. 3∼4이닝을 던지는 일이 수두룩했으며 지는 경기에도 등판했다. 말 그대로 ‘노가다’ 피칭이었다. 게다가 선발투수로도 뛰었다. 어영부영 땜질 선발이 아니었다. 선발로 10승 이상을 기록한 ‘에이스’였다. 1998년에는 18승으로 다승왕도 차지했다. 선발과 마무리를 두루 경험한 김 감독과 달리 오승환은 선발 경험이 없다.
전문가들은 김 감독이 오승환과 같이 관리를 받으면서 1이닝 마무리로 활약했다면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남겼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모를 일이다. 250∼300세이브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내가 활약할 때보다 요즘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잘 던진다는 외국인투수들이 와서 괜히 고전하는 것이 아니다. 오승환은 그런 타자들을 압도하면서 세이브 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오승환에게 세이브 신기록을 돌파하는 지금보다 새 역사를 만들어갈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결국은 변화해야 한다. 이미 타 팀들은 오승환의 패턴을 다 읽고 있다. 구위가 워낙 좋아 힘으로 누르고 있는 것이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하나쯤은 더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지고, 결국 150km대의 직구도 140km대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30대 후반에 들어서면 선발 전환의 권유를 받을 수도 있다. 결국은 변화구와 제구력을 더 보완하고 완급조절을 할 줄 아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오승환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최다 세이브 기록 외에도 한국프로야구 유일의 100승(126승)-200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분업화된 현대야구에선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김 감독은 이 역시 후배들의 도전을 기대했다. “승환이의 기록 덕분에 내 기록도 주목받는 것 아닌가. 승환이가 하루 빨리 새로운 기록을 세워 새 역사를 만들길 기대하겠다. 100승-200세이브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이 이뤄냈을 때 내 기록이 주목을 받고, 프로야구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