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퍼펙트 무산 잔혹사… 닿을듯 말듯 31년… ‘신기루’ 퍼펙트

  • Array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리오스 9회 1사 후 안타 맞아… 정민철 8회 낫아웃 출루 탓 좌절
美 22번-日 15번… 우린 언제쯤

정민철 한화 코치는 현역 시절인 1997년 5월 23일 OB(현 두산)전에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가장 퍼펙트게임에 근접한 투구를 했다. 동아일보DB
정민철 한화 코치는 현역 시절인 1997년 5월 23일 OB(현 두산)전에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가장 퍼펙트게임에 근접한 투구를 했다. 동아일보DB
▷영화 ‘퍼펙트게임’은 롯데 투수 최동원과 해태 선동열이 1987년에 펼친 15회 연장 혈투를 다룬 영화다. 제목과는 달리 두 투수는 퍼펙트게임을 해 본 적이 없다. 한국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둘이 못해 봤으니 31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이 안 나온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아니, 한 명이 있긴 하다. 롯데 투수 이용훈이다. 그는 지난해 9월 17일 한화와의 2군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유일의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바로 그 이용훈이 24일 LG전에서 또 한 번 대형 사고를 칠 뻔했다. 8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5개를 남기고 최동수에게 왼쪽 안타를 내주며 대기록을 날려 버렸다. 경기 후 그는 “퍼펙트게임은 천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훈의 말처럼 퍼펙트게임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투수 혼자 잘 던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포수는 물론이고 수비수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날 최동수를 상대할 때 포수 강민호는 커브 사인을 냈지만 이용훈은 슬라이더를 던졌다. 안타를 맞은 후 이용훈은 강민호를 향해 허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과거에도 퍼펙트게임에 근접했던 경우는 있었다. LG 주키치는 지난해 한화전에서 8회 2사까지 퍼펙트를 기록했고, 2007년 두산 리오스는 9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하다가 안타를 맞았다. 가장 아쉬웠던 퍼펙트 실패는 1997년의 정민철(한화 코치)이다. 그는 현역 시절인 1997년 5월 23일 OB(현 두산)전에서 8회 1사까지 퍼펙트를 기록했다. 23번째 타자 심정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지만 그 순간 포수 강인권이 공을 뒤로 빠뜨려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5명을 모두 범타 처리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그렇지만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의 하비 해딕스에 비하면 이 정도는 불운도 아니다. 그는 1959년 5월 27일 밀워키전에서 9이닝을 퍼펙트로 막았지만 팀이 득점에 실패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해딕스는 3이닝을 더 퍼펙트로 막았다. 하지만 연장 13회 야수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한 뒤 홈런을 맞아 패전 투수가 됐다. 당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의 기록을 퍼펙트게임(9이닝 무실점)으로 인정했다가 1991년 규칙을 개정하면서 취소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5일 현재까지 22번의 퍼펙트게임이 나왔다. 흥미롭게도 최근 퍼펙트게임이 잦다. 올해에만 필립 험버(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맷 케인(샌프란시스코)이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2009년 이후 5명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명의 투수가 2번 퍼펙트게임을 거둔 적은 없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15명이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 퍼펙트게임을 거둔 주인공은 1994년의 마키하라 히로미(요미우리)였다. 한국 프로야구는 퍼펙트게임은 물론이고 노히트노런도 가물가물하다. 2000년 5월 18일 한화 송진우가 해태를 상대로 기록한 노히트노런이 마지막이다. 공을 끝까지 보고 맞히는 능력까지 뛰어난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프로야구#퍼펙트 게임#정민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