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이정수 공백 베테랑 수비수 필요 중앙MF도 수비력 갖춘 멀티맨들 포진 박주영·지동원·구자철·정성룡도 합류
“수비수 김창수.”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김창수(부산)를 부르는 순간 기자회견장이 잠시 술렁였다. 런던올림픽 최종 엔트리 18명이 29일 확정됐다. 그 동안 아시아 예선에서 함께 손발을 맞췄던 선수들이 대거 선발됐고, 유럽에서 활약하며 지역예선에는 참가하지 못했던 지동원(선덜랜드)과 기성용(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A대표팀에도 속해 있는 유럽파 3명이 합류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와일드카드(24세 이상)는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아스널) 골키퍼 정성룡(수원) 수비수 김창수로 결정됐다. 3명 모두 1985년생으로 병역혜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다. 박주영과 정성룡은 어느 정도 예측됐지만 김창수의 발탁은 의외다. 탈락된 선수 가운데는 2009이집트 U-20월드컵부터 홍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김민우(사간 도스)가 눈에 띈다. 올림픽 팀은 7월2일 파주NFC에서 소집된다. 다만 일본에서 훈련중인 박주영은 5일경 합류한다.
○멀티자원 대거 선발
최종선택을 받은 멤버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멀티’다. 올림픽 팀은 필드 플레이어가 16명에 불과해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이번에 뽑힌 선수들 중 중앙수비수와 최전방공격수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2개 이상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김창수의 깜짝 발탁은 중앙수비수 홍정호(제주)의 부상과 이정수(알 사드)의 발탁 불가, 김민우의 탈락과 깊은 관계가 있다.
홍 감독은 박주영과 정성룡은 일찌감치 와일드카드로 생각했다. 나머지 1장의 와일드카드를 놓고 고민하던 중 돌발 변수가 터졌다. 붙박이 중앙수비수 홍정호가 부상을 당해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됐다. 홍 감독은 중앙수비수를 와일드카드로 쓸 생각이 아예 없었지만 베테랑 수비수가 필요해 졌다. A대표팀 주전수비수 이정수가 낙점 받았다. 그러나 소속 팀 알 사드가 반대했다. 23세 이하 선수가 올림픽 팀에 뽑히면 소속 팀은 반드시 보내줘야 하지만 와일드카드는 다르다. 결정권이 소속 팀에 있다. 알 사드는 명단발표 전날인 28일 밤 최종불가 답변을 보냈다.
홍 감독은 플랜B인 김창수로 선회했다. 김창수는 중앙수비가 아닌 좌우 풀백이다. 홍정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원에서부터 상대를 저지해 중앙수비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홍 감독은 구자철과 기성용 외에 한국영(쇼난 벨마레)과 박종우(부산) 등 강한 수비력을 갖춘 중앙 미드필더를 선발했다. 이 과정에서 김민우가 설 자리를 잃었다. 수비력이 약점인 윤빛가람(성남)이 선택받지 못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창수와 신광훈 엇갈린 운명
김창수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2008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도 정작 본선에서는 신광훈(포항)에 밀려 1게임도 뛰지 못했다. 공교롭게 신광훈은 이번 홍명보호의 유력한 와일드카드 후보였다. 4년 만에 두 선수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김창수는 올 시즌 부산 주장으로 18경기에 출전하며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해 승선할 수 있었다. 그는 “정말 깜짝 놀랐다. 홍 감독님께 감사하다. 예선에서 활약했다가 본선에 가지 못하는 친구들 생각이 들어 많이 미안한 데 그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