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자 농구에서 한국인 지도자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특히 김평옥, 임영보, 정주현 씨 등 국내 원로 농구인들이 일본에서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만큼은 예외였다. 자존심과 국민정서를 감안해 한국인을 코칭스태프로 발탁한 경우가 없었다. 터키 앙카라에서 열리고 있는 2012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한 일본 여자 농구 대표팀 정해일 코치(54·사진)는 이런 벽을 허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02년 일본 도요타자동차 감독에 부임한 정 코치는 당시 8개 팀 중 7위였던 팀을 2009년 창단 46년 만에 처음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일본에서 10년간 장수한 그는 올해 4월 팀을 떠나며 대표팀 코치에 선임됐다.
대회 현장에서 만난 정 코치는 워밍업 때 일본 선수들의 슈팅을 돕는가 하면 작전시간에는 일대일 지도로 전술을 전달했다. 일본은 1승 1패로 1차 목표인 8강에 올라 강호 체코와 맞붙는다. 한국과 일본이 8강에서 나란히 패한다면 5∼8위전에서 올림픽 출전을 다툴 공산이 있다.
아들이 프로농구 LG 정창영이고 딸도 농구를 한 바스켓 가족인 정 코치는 한국 걱정부터 했다. “최근 한국의 대형 유망주가 줄어들어 여자 청소년 대표팀 전력이 약해졌어요. 몇 년 후 성인 대표팀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선수들 근성도 약해진 것 같아요. 힘을 합쳐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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