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끝나면 웃으면서 공항에 들어오는 것이 소원이에요.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는 메달리스트들이 웃으면서 공항을 빠져나갈 때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카메라가 없는 반대편으로 빠져나갔거든요….”
여자하키대표팀 주공격수 박미현(26·KT)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후 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한국여자하키에 다시 한 번 메달을 안겨줄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그는 현 국가대표팀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국제대회 최다득점기록(155경기 90골)을 갖고 있다. 2위 김종은(26·아산시청·149경기 34골)과는 56골 차이다. 박미현은 160cm의 키로 그리 크진 않지만 빠른 발을 지녔고 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무엇보다 하키를 즐긴다. 이것이 그의 강점이다. 박미현은 18세였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하며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이번에 출전하면 벌써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나이로 치면 팀에서 중간 정도지만 올림픽 경력으로만 보면 팀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다. 현 국가대표팀에서 올림픽 3회 출전 예정자는 박미현과 팀의 최고참인 이선옥(31·경주시청)뿐이다.
그러나 올림픽에서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가 출전한 첫 올림픽에서 한국은 7위에 그쳤다. 2006년과 2007년 국제하키연맹(FIH)이 선정한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던 그였지만 기대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두 골밖에 넣지 못했다. 한국은 9위로 성적이 더 떨어졌다. 이번 올림픽에 임하는 그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주변 친구들은 일찌감치 하키를 떠나갔다. 비인기종목의 설움과 열악한 환경에 지친 탓이다. 하키를 그만둔 친구들은 그에게 “고생하지 말고 다른 직업을 구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한다. 그는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들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요. 좋은 성적을 거두면 우리도 좀 더 많은 응원과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그의 좌우명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말라’다. 그는 “환경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길을 잘 닦아놔야 이 자리에 없는 후배들도 더 나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며 런던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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