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11일 미국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코리안 특급’ 박찬호(한화·사진)에겐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1994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스타전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감독 추천으로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포함된 박찬호는 선발 랜디 존슨(애리조나·이하 당시 소속)의 뒤를 이어 3회 마운드에 올랐다. 그해 올스타전은 은퇴를 선언한 ‘철인’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의 마지막 올스타 무대라 큰 관심을 끌었다. 마침 선두 타자로 나온 칼 립켄 주니어는 박찬호의 초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당시 박찬호는 “대스타의 마지막 올스타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면승부를 위해 한복판에 직구를 던졌다”고 말했다.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박찬호는 당대 최고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천재 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를 땅볼로 잡아낸 뒤 ‘2억5000만 달러의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임무를 마쳤다. 0-0에서 실점해 패전투수가 됐지만 의미 있는 무대였다. 칼 립켄 주니어는 이날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박찬호가 은퇴하는 주연을 위해 조연 역할을 제대로 한 셈이다.
그랬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이어 국내 올스타전 마운드에도 선다. 한국과 미국 올스타전에 모두 나선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나설 감독 추천 선수 24명(이스턴·웨스턴 올스타 각 12명)의 명단을 11일 발표했다. 이스턴 올스타는 삼성 SK 롯데 두산, 웨스턴 올스타는 KIA LG 한화 넥센으로 구성됐다. 2009년까지는 감독 추천 선수가 팀별로 11명이었지만 2010년부터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기 위해 12명으로 늘렸다.
이스턴의 류중일 감독(삼성)은 장원삼 오승환 진갑용 김상수(이상 삼성), 이용찬 홍상삼 프록터 양의지 김현수(이상 두산), 윤희상 최정 김강민(이상 SK)을 추천했다. 롯데는 팬 투표로 뽑은 ‘베스트10’을 싹쓸이했기에 감독 추천 선수는 없다. 웨스턴 올스타 선동열 감독(KIA)은 앤서니 김상훈 김선빈 김원섭(이상 KIA), 유원상 주키치 김태군(이상 LG) 박찬호 최진행(이상 한화), 손승락 나이트 서건창(이상 넥센)을 뽑았다.
선 감독은 “박찬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많아 올스타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팬 투표 ‘베스트10’ 지명타자 부문에서 홍성흔(롯데)에게 1위를 내준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은 감독 추천 명단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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