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스타전 참가 결정을 발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10구단 창단에 대해 신뢰할 만한 로드맵을 제시받고 사상 초유의 올스타전 보이콧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선수협이 이번 기자회견 막전막후에 보여준 모습은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우선 야구판을 뒤흔들 만한 중대발표를 하면서 선수협 수뇌부의 생각은 제각각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박충식 사무총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변호사인 김선웅 사무국장이 질문에 대답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기자는 공식회견 직후 두 사람에게 별도로 전화를 걸어 “만약 내년 시즌 시작 전까지 10구단 창단 움직임이 없으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서로 달랐다. 김 국장은 “KBO의 로드맵이 무산되면 내년 각 팀의 전지훈련에 불참하고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거부하겠다”며 강경론을 폈다. 반면 박 총장은 “내년에 어떤 행동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일단 KBO를 계속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함께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 차가 있다는 게 의아했다.
이는 선수협이 올스타전 출전을 급하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선수협은 기자회견 당일까지 발표안에 대해 찬반격론을 벌였다. 그래서인지 기자회견 시간도 오락가락했다. 당초 오전 11시로 예정된 회견은 30분 앞당겨졌다가 결국 11시에 열렸다. 김 국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선수들과 오전까지 얘기했지만 반대 의견을 조율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선수협의 이번 결정이 ‘KBO를 방패로 한 출구전략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선수협이 실질적인 10구단 승인 권한이 없는 KBO를 앞세워 ‘올스타전 거부’라는 딜레마에서 빠져나왔다는 지적이다. 올스타전이 열리지 않으면 선수협도 해당 구단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등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이다.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야구팬의 눈에 갈지자처럼 우왕좌왕하는 선수협의 모습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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