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전사들 ‘런던의 여름’ 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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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시위때 목숨 잃는 것보다 올림픽 꿈 사라질까 겁났다”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는 중동 국가 선수들 가운데 지난해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를 이끌며 철옹성 같던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선 ‘혁명 전사’들이 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8일 “중동의 많은 선수에게 이번 올림픽은 독재국가가 아닌 자유주의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 최초의 올림픽”이라며 혁명 전사 출신 선수 3명을 소개했다.

지난해 예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34년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민주화 시위에 참가했던 유도선수 알리 코우스로프(23). 정부군의 무력 진압에 2000여 명이 희생되는 유혈 시위가 벌어졌으며 코우스로프도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위에 참여했다. 총에 맞는 순간 목숨을 잃는 것보다 올림픽의 꿈이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훈련장에서 런던의 꿈을 향해 땀 흘리고 있는 그는 “독재가 끝나고 새 정권에서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예멘을 대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동 아프리카에서 체조 마루운동 1인자로 꼽히는 튀니지의 체조선수 와지디 부알레그(30)는 2009년 선수자격을 박탈당한 뒤 2년 여간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그해 경기장 벽에 붙어 있던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 사진을 찢었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초 튀니지에서 중동 민주화 열풍을 몰고 온 ‘재스민 혁명’이 처음 시작됐을 때 부알레그는 민병대에 합류해 벤 알리 대통령의 23년 독재를 28일 만에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이집트 육상선수 아므르 세우드(26)는 지난해 1월 25일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고 이집트 민주화 혁명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을 찾았고, 시위 첫날부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가 종식될 때까지 몸을 던졌다. 세우드는 “혁명 때문에 훈련을 거의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아랍의 봄#런던의 여름#시위#런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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