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올림픽은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된다. 국가 경쟁력이 스포츠를 통해 발현되는 무대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골리앗 같은 강대국에 맞서는 후진국과 약소국의 파이팅은 진한 감동을 준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만년 약체였던 오클랜드는 ‘저비용 고효율’의 ‘머니볼 이론’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올림픽에서도 그럴까.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역대 메달리스트들과 해당국의 경제력 등을 비교했다. ‘머니볼’에 빗댄 이른바 ‘메달볼’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국가의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가치로 2만7000달러였다. 세계 평균 GDP 1만1000달러의 두 배를 웃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204개국 가운데 메달을 1개라도 차지한 국가는 87개국이었다.
리듬체조에서 메달을 딴 국가의 평균 GDP는 1만6452달러로 조사 대상 32개 올림픽 종목 중 가장 낮았다. 역도(1만6715달러)가 그 다음이었다. 반면 귀족 스포츠로 알려진 승마에서 메달을 딴 국가의 평균 GDP는 3만9834달러로 1위였다. 선진국 스포츠로 분류되는 트라이애슬론(3만8354달러)과 수영(3만6329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 스포츠도 올림픽 출전 초창기에는 시설, 장비 투자 부담이 적은 역도와 복싱 레슬링 등 투기 종목이 대세였다.
배드민턴은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가 1996년 이후 나온 메달의 85%를 휩쓰는 강세 종목이었다. 특정 국가의 독주는 진입 장벽이 된다. 중국이 48개의 메달 중 30개를 독식한 탁구 역시 다른 국가들은 시상대에 한 번 오르기도 힘든 종목이다.
이런 결과를 종합했을 때 레슬링, 태권도, 역도는 메달을 따기 쉬운 종목으로 꼽혔다. 어떤 국가라도 해볼 만하다는 의미다. 레슬링은 1996년 이후 35개국이나 메달을 땄을 만큼 평준화됐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는 출전 선수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메달 경쟁이 한결 수월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메달 획득이 힘든 종목은 필드하키와 농구였다. 출전국과 선수 규모가 방대하고 인도뿐 아니라 네덜란드, 호주 같은 선진국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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