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도 덫을 피해갈 수 없었다. 먹잇감을 향해 눈을 부라리던 호랑이가 벙커에 발목이 잡혔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6번홀(파4·492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했다. 공은 불과 1야드(90cm)가 짧아 그린 왼쪽 깊은 항아리 벙커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공은 높디높은 벙커 턱 쪽에 붙어 있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벌타 후 벙커 안에서 두 클럽 이내 드롭을 해도 될 만했다. 우즈는 로브 웨지로 벙커샷을 강행했지만 턱에 맞고 튀어나온 공에 자칫 맞을 뻔했다. 황급히 몸을 피했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벙커 왼쪽 구석에 공이 붙어 있어 정상적인 스탠스가 불가능했다.
벙커 밖에서 무릎까지 꿇고 공을 벙커 오른쪽으로 겨우 빼냈지만 홀에서 15m 정도 멀어졌다. 3퍼트까지 한 우즈는 트리플 보기를 하면서 통산 15번째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2003년 브리티시오픈 이후 9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트리플 보기를 한 우즈의 성적은 공동 3위(3언더파).
이번 대회 코스의 벙커는 무려 206개였다. 대회 전 우즈는 “벙커에 빠지면 제대로 그린을 공략할 수 없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벙커에 빠지지 않으려고 드라이버 대신 주로 아이언을 잡았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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