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모션 따라 타이밍 천차만별
마무리 등판땐 ‘콩닥콩닥’ 전투모드 “나이 못 속여” 훈련 후 누워서 충전
‘향기 나는 남자’ KIA 최향남(41)이 세월을 거스르는 투구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25일 광주 넥센전에선 3-1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프로야구 최고령 세이브 신기록(41세 3개월 27일)을 세웠다. 종전 송진우(한화 코치)의 41세 3개월 15일 세이브 기록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포수에게 공을 받자마자 곧바로 던지는 전광석화 같은 짧은 인터벌의 소유자. 흔히 마무리투수에게 요구되는 압도적 구위를 갖추지 못했지만 한마디로 ‘템포 피칭(Tempo Pitching)’과 ‘퀵 모션(Quick Motion)’으로 젊은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이겨나가고 있다.
○3종류의 퀵모션 방법?
최향남의 트레이드마크인 퀵모션은 단순하지 않다. 퀵모션 방법도 3종류나 된다고 한다. 왼발과 오른발, 그리고 오른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우선 우완투수로서 자유족(왼발)만 빨리 끌어올린 뒤 던지는 퀵모션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흔히 사용한다. 2번째는 마치 팽이를 감듯 왼발을 축족인 오른다리 쪽으로 감아낸 뒤 풀어내는 방법이다. 이때 오른다리가 중심축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3번째는 다리보다 테이크백을 하는 오른손이 먼저 움직이면서 퀵모션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최향남은 26일 “퀵모션을 만들기 위해 다양하게 시험하며 몸에 익혀왔는데 3가지 방법은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를 믹스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무리 등판 순간, 심장박동수가 빨라진다!
어쩌면 마무리투수 체질인지도 모른다. 올 시즌 KIA 유니폼을 입은 뒤 처음에는 중간으로 시작해 마무리 보직을 맡았는데 마무리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최향남은 “마무리를 해보니 나갈 타이밍이 되면 심장박동수가 빨라진다”며 웃었다. “심장이 뛰면 전투 모드가 더 활성화되는 느낌이다. 동점이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느슨해지지만,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해 나도 모르게 투구폼도 경쾌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은 싸우는 게 아니라 다스리는 것
구속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25일에는 최고 141km까지 올라왔다. 최향남은 “투수는 계절에 따라 구속도 달라진다. 8월말이나 9월이면 구속은 더 올라갈 것이다. 그 시기엔 근육이 견고해지면서 강한 볼이 나오곤 했다”고 자신했다. 이어 “올해는 동계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이는 못 속인다”며 웃더니 “예전엔 밤에 잘 때만 침대에 누웠는데, 이젠 훈련 후 누워서 충전을 해야 한다”며 나이에 따른 체력유지법을 새로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