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100번째 金’ 딴 검객들 “우리가 좀 미쳤나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오은석(29·국민체육진흥공단). 4일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9번째 금메달이자 여름과 겨울 올림픽을 합쳐 한국의 100번째 금메달을 따낸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 출전한 4명 중 후보 선수다.

그는 런던 올림픽 선수촌에서 밤마다 거실에 매트를 깔고 잤다. 주전 엔트리가 3명인 펜싱 단체전의 후보 선수에게까지 침대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의 숙소는 런던의 브루넬대에 마련된 한국 선수단 훈련 캠프에 있다. 그래도 훈련은 주전들과 같이해야 했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후보지만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게 좋다. 팀원들이 지내는 선수촌 숙소의 거실에 매트를 깔고 자기로 했다. 팀의 막내인 구본길(23·국민체육진흥공단)이 미안해했지만 주전의 잠자리가 더 편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그는 루마니아와의 결승전 때 동갑내기 김정환(29·국민체육진흥공단)이 부진하면 대신 피스트(펜싱 경기대)에 오르기로 돼 있었다. 그는 35-23으로 앞서 승기를 굳힌 상황에서 8번째 판에 김정환 대신 투입됐다. 그리고 점수 차를 40-24로 더 벌려놓고 마지막 펜서로 나서는 맏형 원우영(30·서울메트로)에게 바통을 넘겼다. 한국은 루마니아에 45-26으로 완승을 거두고 한국 펜싱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은석은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팀원들끼리 첫 상대인 독일만 어떻게든 이겨보자고 했어요. 그런데 첫 판을 이기고 나니 뭔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우리가 좀 미쳤던 것 같아요.”

한때 선수 자격을 박탈당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정환은 이번 금메달로 펜싱 인생에서 제2의 꽃을 피웠다. 김정환은 2005년 국내에서 열린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대회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우승을 차지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곧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고 선수 자격도 1년 동안 정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큰 경기만 다가오면 원우영을 찾아오던 불운도 이번에는 피해갔다. 원우영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바닥을 치는 일이 잦아 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구본길은 팀원들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3위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위를 오르락내리락 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강자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8강에서 떨어져 자존심을 구겼다. “자존심 좀 상했죠. 그런데 단체전에서 금메달 땄잖아요. 그러면 된 거죠. 이런 게 올림픽 아니겠어요.”

런던=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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