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을 피하고 싶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른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은 그럴 수 없다. 땡볕 아래에서 그라운드를 누벼야 한다. 무더위를 쫓기 위해 얼음주머니를 안고 다니지만 효과는 잠시뿐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모두 지쳐버린 탓일까. 지난주 프로야구에서는 절대강자 없이 대등한 승부가 펼쳐졌다. SK KIA 두산이 4승 2패, 롯데 한화 넥센이 3승 3패를 거뒀다. 그 와중에 유독 떨어진 한 팀이 있었으니 바로 1승 5패에 그친 우승후보 삼성. 2위 두산과의 격차는 불과 3.5게임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 ■BEST3
[1] 내가 바로 목동 본즈 ― 박병호(넥센)
‘쾅! 쾅! 쾅!’ 그의 방망이를 거치면 외야 플라이성 타구도 담장을 훌쩍 넘긴다. 1일 SK전에서 생애 최초로 한 경기에 3홈런을 터뜨리는 등 최근 6경기 6홈런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홈런(23개) 타점(76점) 단독 선두로 등극. 시즌 초 잘나갔던 팀 동료 강정호에게 밀려 꾸준히 활약하고도 빛을 못 봤지만 후반기 들어 괴력을 뽐내며 ‘목동의 배리 본즈’로 우뚝 서. 이런 기세라면 2005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친 홈런 수(37개)를 올 한 해에 뛰어넘을 듯. 배트맨 부럽지 않은 힘! 넥센 박병호 라이즈! [2] 드디어 타오른 KIA 방망이 ― 이용규·김원섭(KIA)
81경기 25홈런에 그쳤던 ‘소총부대’가 지난주 6경기에서 홈런 7개를 쏘아 올리며 환골탈태. 전반기엔 홈런 하나 없던 김원섭이 2개의 아치를 그리며 부상 중인 이범호의 공백 메워. 이용규 차일목 안치홍이 각각 한 주간 10안타 이상 치며 팀 타율 1위(0.303)를 견인. 이제 ‘박격포 부대’라 불러다오. [3] 오빤 선발 스타일 ― 바티스타(한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불펜 시절 30이닝 동안 사사구 34개를 남발했던 그가 후반기 들어 강속구에 제구력을 겸비한 에이스 선발투수로 거듭나. 1일 LG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국내 데뷔 이래 첫 선발승 따내. 한때 퇴출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이젠 당당히 외칠 수 있겠지. “오빤 선발 스타일!” ■WORST3
[1] 7월에 너무 달렸나 ― 류중일 감독(삼성)
삼성의 7월은 뜨거웠다. 14승 3패로 승률 0.824를 기록하며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6월 중반까지 하위권을 맴돌았던 것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순위 상승. 너무 무리한 걸까. 8월의 삼성은 딱 7월의 한화. 지난주 6경기에서 1승 5패(승률 0.167)의 초라한 성적에 그쳐. ‘천적’으로 떠오른 두산과의 주중 3연전을 모두 내준 게 치명적. 팀 평균자책은 3.07로 8개 팀 중 1위지만 팀 타율 0.237(8위)의 무기력한 방망이가 문제. 류중일 삼성 감독은 타자 중 가장 부진했던 채태인을 2군으로 내려 보내며 흐트러진 군기 잡기에 나서. 항상 잘나갈 순 없지.[2] 멀어지는 ‘유격수 홈런왕’ ― 강정호(넥센)
6월 16일 롯데전 이후 50일 넘게 대포 침묵. 홈런 선두는 내준 지 오래고 어느새 공동 3위(19개)로 내려앉아. 홈런 욕심 때문인지 스윙이 커지며 안타도 줄어. 지난주 6경기에서 타율은 0.227에 그쳤고 삼진은 8개로 전체 1위. 1990년 빙그레(현 한화) 장종훈 이후 22년 만에 꿈꿨던 유격수 홈런왕, 안개처럼 사라지나. [3] 사고 친 불안한 제구력 ― 고원준(롯데)
몸에 맞은 공 11개로 이 부문 공동 1위에 오를 만큼 불안한 제구력이 결국 사고를 쳐. 3일 삼성전에서 야심 차게 던진 직구가 번트를 대려던 조동찬의 얼굴을 스쳐 ‘유혈사태’ 발생. 얼굴이 찢어진 조동찬은 40바늘을 꿰매. 조준에 실패하며 이날 3이닝 3실점으로 무너진 그에게 돌아온 건 시즌 2번째 2군행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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