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쓰카하라 트리플 체조사상 가장 완벽 유년기 가난·방황 불구 실전에 강한 면모 체조협, 보양식·한약 제공 건강까지 관리
본인의 표현대로 “몸이 깃털 같았다.” 2차시기에서 쓰카하라 트리플(난도 7.0·양손으로 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 도는 기술)을 구사한 양학선(20·한체대)의 두 발이 바닥에 깨끗하게 꽂혔다. 점수를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양학선은 그대로 온 몸에 태극기를 휘감았다. 6일(현지시간)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끝난 2012런던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한국체조의 숙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단칸방, 달동네, 비닐하우스 집
광주의 달동네 단칸방, 가난, 방황, 가출. 이것이 양학선의 유년시절을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비싼 장난감 대신 철봉을 친구 삼아야 했다. 미장일을 하던 아버지 양관권(53) 씨는 2년 전 어깨를 다쳐 더 이상 고된 일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 기숙향(43) 씨와 함께 전북 고창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검정색 차광막을 덮은 비닐하우스 집이 바로 현재 양학선의 부모가 기거하는 곳이다. 부모는 닭, 토끼, 오리 등 가축을 키우고 논밭을 일구며 생계를 이어갔다. 양학선은 런던으로 떠나기 전 “꼭 부모님께 새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시골뜨기? 양학선은 무대체질!
6일 양학선은 1차시기에서 남자 도마 최고 난도(7.4점)인 ‘양학선’(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세 바퀴 돌고 착지)을 선보였다. 착지 시 두 발자국을 움직였지만, 워낙 고난도 기술이라 출전 선수 중 최고점을 받았다. 2차시기의 쓰카하라 트리플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체조대표팀 양태영 코치는 “양학선이 지금까지 실전에서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는 완벽한 기술”이라고 칭찬했다. 2000·2004·2008올림픽에서 3회 연속 국제심판을 역임한 대한체조협회 김대원 전무이사 역시 “보통 쓰카하라 트리플을 구사하는 선수들은 0.7∼0.9점 정도가 감점된다. 하지만 이날 양학선은 약 0.3점 정도만 감점 요인이 있었다. 체조 역사상 가장 완벽한 쓰카하라 트리플이었다”고 감탄했다. 무대체질로 유명한 그의 장점이 발휘된 결과였다. 양학선은 “러시아 선수(데니스 아블랴진·은메달)가 연기를 펼칠 때, ‘제발 잘 해라. 네가 잘 해야 내가 가진 것(양학선 기술)을 다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다시 한번 주변을 놀라게 했다.
○남몰래 건강관리까지 도맡은 대한체조협회
대한체조협회는 지난 2년간 ‘양학선 프로젝트’에 심혈을 쏟았다. 2011년 경기도 고양에서 사상 첫 국제대회를 치르면서는 국제체조연맹(FIG)으로부터 ‘양학선’ 기술을 최고 난도(7.4점)로 인정받는 성과도 올렸다. 협회 김대원 전무이사는 “협회가 심지어 코칭스태프와 동료선수들도 모르게 양학선의 건강관리까지 책임졌다. 보양식과 체질에 맞는 한약 등을 주기적으로 제공해 양학선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조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이 사실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양학선의 어려운 집안 사정을 고려한 지원이었기에, 양학선 스스로도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김 전무이사는 “협회 내에서도 이를 아는 사람은 2명 정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