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노장’은 할머니에게, 20세의 ‘신예’는 조국에 더없이 귀중한 금메달을 바쳤다.
펠릭스 산체스(35·도미니카공화국)는 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400m 허들 결선에서 47초63으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가 환희의 순간에 눈물을 흘린 이유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급작스럽게 사망한 할머니 릴리안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2연속 올림픽 제패를 노리던 산체스는 베이징 올림픽 남자 400m 허들 예선을 앞두고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슬픔에 빠진 그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예선에서 탈락했다.
4년간 절치부심한 그는 런던에서 할머니와 함께 달렸다. 운동복 상의에 부착된 이름표 뒤에 할머니의 사진을 넣어 두었고 운동화에 할머니를 뜻하는 스페인어 ‘Abuela’를 새겼다.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그는 할머니 사진에 키스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산체스는 “메달 시상식 때 내리는 비를 보며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같은 날 키라니 제임스(20·그레나다)는 카리브 해의 작은 섬나라를 열광에 빠지게 했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에서 19세의 나이로 정상에 올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그는 런던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며 조국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제임스는 남자 400m 결선에서 43초94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제임스는 그레나다의 ‘국민적 스타’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그레나다 정부는 “제임스가 국격(國格) 향상에 기여했다”며 그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제임스가 올림픽을 제패하자 인구 약 10만 명의 작은 나라 그레나다에서는 축제가 열렸다. AP통신은 “그레나다의 수도 세인트조지스의 거리는 제임스의 우승을 축하하며 춤을 추는 사람들과 국기를 흔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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