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체육회든 어디든 아무리 붙잡아도 도망쳐서라도 돌아가고 싶어요. 미리 비행기표도 예약해 놨어요.”
이토록 간절히 조기 귀국을 원했던 ‘마린보이’ 박태환(23·SK텔레콤)의 희망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7일 한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대한체육회의 귀국 연기 요청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체육회는 2012 런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귀국 일정을 늦춰달라는 공문을 5일 각 산하 단체에 일제히 발송했다. 김용 체육회 홍보실장은 “메달리스트들이 일찍 귀국해 상업 광고 등에 출연할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위배돼 메달이 박탈될 수 있다. 또 정치권 등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며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자유로운 귀국을 왜 막느냐는 비난 여론이 일자 체육회는 입장을 바꿨다. 9일 런던 세인트폴 성당의 6·25 참전용사 기념비를 참배한 뒤 10일부터 선수 자유의사에 따라 귀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양궁 대표팀 등은 10일 런던을 떠나 11일 한국에 도착한다.
체육회의 우왕좌왕 행정에 각 종목 선수단도 큰 혼란을 겪었다. 이 와중에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진종오를 비롯한 13명의 사격 대표팀 선수들만은 예정대로 7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이유는 바로 총기 때문이다.
대회 운영위원회 측은 6일 경기를 끝낸 한국 사격 선수들의 총을 모두 모아 따로 봉인을 해 뒀다. 영국 이민국 관계자는 이 총들에 대해 7일 출국하는 걸로 검인까지 확정했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영국에서도 총기를 들고 나갈 때는 엄정한 검사를 한다. 총 따로 사람 따로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대자 체육회도 할 말이 없었다. 7일 ‘런던 탈출’에 성공한 사격 선수들은 타 종목 선수들보다 며칠 앞서 그리운 가족과 상봉할 수 있게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