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전날 전화 통화…“공격수는 패스보다 골이 중요” “수원 감독시절 네가 가장 두려웠다”…자신감도 북돋아
박주영(27·아스널)의 부활 뒤에는 ‘차붐’(차범근 SBS 해설위원)의 금쪽같은 조언이 있었다.
박주영은 11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일본과 3,4위전에서 천금같은 선제 결승골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일본 수비수 4명을 3번의 페인트로 제쳐낸 뒤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올림픽팀에 동메달을 안겨준 결정적인 득점이었다. 사실 박주영은 이전까지 기대에 100% 부응하지 못했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헤딩골을 넣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기량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컸다. 박주영이 부담을 덜고 자신감을 찾는 데 차붐의 두 마디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차 위원은 한일전 직후 개인 블로그를 통해 “경기 전 (박)주영이, (구)자철이 (기)성용이와 통화했다. 다들 너무 고맙다”며 기뻐했다.
차 위원은 해설위원이면서도 대표팀 훈련장을 거의 안 간다. 그는 한국축구가 낳은 최고 스타다. 자신의 출현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선수들이 방해를 받을까봐 신경 쓰는 것이다. 그런 차 위원이니 경기 전날 선수와 통화하는 부분에서는 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한일전이고, 마지막 경기고, 동메달이 걸린 너무 중요한 경기였다. 특히 주영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차 위원은 박주영의 자신감을 북돋워줬다.
“주영아. 내가 수원 삼성 감독 시절 가장 두려워 한 선수가 누구였는지 아니? 바로 너였어. 네가 포백수비 뒤로 쏙쏙 빠져 들어가는데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거든. 너 그런 선수잖아 이 녀석아.”
실제 박주영은 FC서울에서 활약하던 시절 수원전에서 5골을 넣은 킬러였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도 있다. 차 위원은 선배로서 경기력에 대한 촌철살인 코멘트도 아끼지 않았다.
“주영아. 최전방에서 볼을 받아서 동료들에게 연결해주는 움직임은 아주 좋다. 그러나 넌 공격수다. 공격수는 골문을 향해야지. 좀 더 저돌적으로 골문으로 가라.”
박주영은 전천후 플레이어다. 최전방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중원이나 좌우로 내려와 동료들에게 슛 기회를 엮어주는 능력도 뛰어나다. 박주영은 올림픽 기간 내내 이 역할에 충실했다. 공중 볼 경합 때 몸을 아끼지 않았고 킬 패스로 찬스도 여럿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에 얽매이다보니 정작 본분인 골에 대한 욕심을 잠시 잊었다. 차붐의 조언은 잠자고 있던 박주영의 득점 본능을 자극했다.
차 위원은 “주영이는 가진 능력이 정말 많은 선수다. 아직도 못 보여준 게 많다. 혼자 큰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아 편안하게 해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는데 대견하다”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