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선과 어머니, 4년 시차 둔 ‘눈물의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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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3일 07시 00분


런던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 황경선. 스포츠동아DB
런던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 황경선. 스포츠동아DB
베이징 때는 옆에서…런던올림픽은 병실에서
여자선수 첫 ‘3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 위엄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성격. 그러나 그 안에 불덩어리를 품고 있는 것까지 꼭 어머니를 닮았다. 딸은 투병중인 어머니에게 금메달의 영광을 돌렸다. ‘한국여자태권도의 간판’ 황경선(26·고양시청)이 11일(한국시간)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결승에서 누르 타타르(터키)를 12-5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베이징올림픽에 이어 한국태권도선수로는 처음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서울체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4아테네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딴 황경선은 레슬링 박장순(1988서울올림픽 은,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 1996애틀랜타올림픽 은), 사격 진종오(2004아테네올림픽 은, 2008베이징올림픽 금·은, 2012런던올림픽 2관왕)에 이어 한국스포츠 사상 3번째로 3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자선수로는 최초다.

● 2008년 베이징, 어머니의 눈물

2008년 8월 22일 중국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에서 황경선이 금메달을 확정짓자, 경기장 한편에서 어머니 조순자(52) 씨가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질끈 감은 눈에선 눈물이 떨어졌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훌륭하게 자라준 경선이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어머니는 딸의 부상 소식 때문에 더 가슴이 저렸다. 4강전과 결승전에서 고통을 참아가며 발차기를 하는 딸을 보며 “금메달보다 딸 건강이 우선인데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황경선이 다리를 절며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어머니의 마음도 절룩거렸다. 어머니는 목이 메어 애국가를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정신력으로 부상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던 딸의 입술은 부르르 떨렸다. 한국 태권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2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2012년 런던, 딸의 눈물

황경선이 2010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스포츠어코드 컴뱃 게임스’에 참가했다가 귀국하기 직전이었다. 어머니가 심각한 당뇨 증상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머니는 이전부터 급격히 살이 빠지고 있었다. 배만 볼록하게 나온 모습에 딸은 “병원에 좀 가보시라”고 재촉했지만, 그 때마다 “괜찮다”는 대답이 되돌아올 뿐이었다. 중환자실에 누운 어머니는 당 수치가 워낙 높아서 위독한 상황까지 맞았다. 결국 가족의 극진한 간호 속에 깨어났지만, 합병증으로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1일 시상대에 오른 황경선은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금메달을 목에 건 그녀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빨리 보고 싶다. 워낙 고생을 많이 하셔서 꼭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우리 딸이 나를 닮아 내성적이고 무뚝뚝하다. 안에 독기가 있는 것까지 비슷한 것 같다. 통화를 해도 별 얘기는 잘 안하지만, 서로의 마음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고생했고, 장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 황경선은?

▲ 생년월일=1986년 5월 21일
▲ 키·몸무게=175cm·67kg
▲ 출신교=양정초∼동화중∼서울체고∼한체대
▲ 소속팀=고양시청
▲ 수상경력=2006도하아시안게임 67kg급 금, 2008베이징올림픽 67kg급 금, 2011세계선수권대회 67kg급 동, 2012아시아선수권대회 67kg급 은, 2012런던올림픽 67kg급 금

런던|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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