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울지 말라’고, ‘울면 비행기 태워 한국으로 보내겠다’고 했던 감독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2004아테네올림픽 핸드볼 여자 결승전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제작됐을 때 주위에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당시 경기는 안타까운 패배, 그리고 그 직후 감독의 눈물까지 ‘각본 있는’ 영화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명승부였기 때문이다. 8년 뒤 런던. 결승전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바뀌었을 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또 한번의 ‘우생순’이 상영됐다.
평상시 챙겨주지 못했던, 그래서 서러울 법도 하지만 내색 없이 명절 때마다 꼬박꼬박 잊지 않고 찾아오는 효녀처럼, 여자핸드볼대표팀은 런던올림픽에서 또 한번 명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선수들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4년을 노력했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강재원 대표팀 감독(사진)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여자핸드볼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바스켓볼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3·4위전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9-31로 석패했다. 2004년 아테네에서 은메달, 2008년 베이징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핸드볼대표팀은 런던에서 다시 한번 최고의 순간을 다짐했지만 주축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좌절하고 말았다.
준결승에서 노르웨이에 패한 뒤 “울지 말라”며 선수들을 다독였던 강 감독은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감독이 잘못해서 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 런던에서 값진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이 선수들을 주축으로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